경기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인사건의 범인이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청은 2007년 7월 경기 안양 비산동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한 뒤 현금 1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살인 등)로 김모씨(43)를 필리핀 비콜 항구에서 붙잡았으나 김씨가 자살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6시45분께 필리핀 경찰청 유치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소지품인 가방 끈으로 천장에 목을 매단 점, 외부침입 흔적이 없었던 점, 유서로 판단할 만한 서류가 나온 점 등으로 미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4 반장 크기 10장 짜리 서류에는 김씨의 어머니와 아내, 자식, 공범들에 대한 얘기가 적혀 있었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가 8월6일자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미리 써서 들고 다녔던 것 같다”며 “이국 땅에서 숨어 다니면서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도주한 공범 1명을 지난 5월 검거했으며 나머지 1명의 행방도 쫓고 있다. 김씨 일당은 필리핀 현지에서 국내 관광객에게 “여행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 납치·감금한 뒤 국내에 있는 가족을 협박해 송금받는 수법으로 6~7회 추가범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필리핀 여행 중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 홍모씨(32)의 부모에게 “자식의 행방을 알려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현재도 실종 상태로 경찰은 이들이 납치 후 살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