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인 A씨는 지난해 195차례나 병원을 찾았다. 이용한 병원만 17곳. 진료후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지은 약은 무려 3971일치에 달했다. 매일 11일치분을 복용해야 다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그가 낸 건강보험료는 월 4만9350원이었다.

김희국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혜택을 남용하는 환자들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약국 등에 지급하는 보험급여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2005년 18조원선에 그쳤던 보험급여비는 지난해 35조원으로 급증했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 혜택을 악용하는 환자들이 급증해 건보재정을 축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년간 입원일수, 병원진단 횟수, 약처방일수 등을 합친 급여일수가 1000일이 넘은 환자가 43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30만명에 비해 43%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의료시설을 가장 많이 이용한 사람은 51세 채모씨로 급여일수가 7438일에 달했다. 한달 1만1930원의 보험료를 내는 채씨는 만성위염 등을 앓고 있으며 여러 의료기관에서 중복처방을 받은 것으로 김의원은 추정했다. 의료이용 상위 1%에 속한 환자들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일부 환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병원과 약국을 다니고 있다”며 “이는 의료쇼핑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행태는 환자가 오는대로 처방해주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급여만 지급받으면 된다는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안으로 의료급여일수 제한 등 기존 대책과 함께 주치의 제도 등의 추가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