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31일. 샌프란시스코 대학병원 중앙수술실에 한 남자가 실려 들어갔다. 뇌종양 수술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스티브 첸(34). 유튜브를 팔아 수천억원의 돈을 거머쥐며 인생의 최정점을 구가하던 인물이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2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다.

“수술 전날 밤이 가장 무서웠어요. 애써 쌓아올린 것들이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한숨도 못잤죠.”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에서 올해 창간 48주년을 맞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당시 위기 상황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유튜브에 이어 지난해 아보스라는 이름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를 또다시 창업한 이유에 대해 “죽음 직전까지 가서야 깨달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5년 2월 첸이 창업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매달 8억명이 방문하고 하루에 재생되는 동영상만 40억개에 달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순식간에 뜬 것도 유튜브의 무한 확장성 때문이다. 첸은 일리노이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처럼 대학을 중퇴하고 실리콘밸리에 뛰어든 천재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지금이야 엄청 인기가 있지만 시작은 보잘것없었죠. 하루 가입자 수가 100명을 넘지 못했어요. 갈수록 자금난에 쪼들렸죠.” 처음 6000달러 남짓이던 빚은 3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주택 융자금까지 갚아야 해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첸은 그렇게 힘겹게 키운 회사를 2007년 10월 구글에 팔았다. 첸을 비롯해 공동 창업자 세 사람과 투자회사들은 16억5000만달러를 받았다. 서비스를 확장하고 회사가 날로 커져 가는데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었다는 게 매각 이유다. 큰 돈을 벌고도 그는 구글에 남았다. 유튜브를 구글의 거대한 네트워크에 직접 얹어보겠다는 욕심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났다.

첸에게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팁을 들려 달라고 했다. 그는 ‘행동하는 것이 완벽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경구를 인용했다. “위험하다고 해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습니다. 6개월, 1년을 더 기다린다고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늘어날 것 같습니까. 천만에요!”

실제 자신이 대학을 그만둔 것,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결정한 것 등은 모두 보름 내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 매각은 5일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재미와 열정은 모든 심사숙고와 전략적 판단을 압도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첸을 만나면서 기회도 그런 사람들에게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