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권혁웅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누구나 물수제비 놀이를 한 번쯤 해봤겠지요. 물수제비는 물에 말을 거는 겁니다. 작은 돌멩이가 여러 번 튀며 노크하면 수면은 수줍게 속을 내보입니다. 이내 다시 ‘다림질’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잠시 보여주는 ‘수십 번 나이테’는 물수제비를 뜨는 마음에 대한 제 나름의 화답이 아닐까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닿습니다.

‘작은 돌 하나’로 그의 수심을 짐작해본 게 시인은 못내 미안한 듯하지만, 수심이 꼭꼭 숨기고 있던 제 속의 ‘여러 세상’ 보여준 건 그 돌 하나 덕분입니다. 그 세상들은 돌멩이 하나하나가 오랜 시간 물속에 새겨 온 추억이겠지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돌 하나로 사는 건지 모릅니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사랑에, 그리고 추억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