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푸어 시대…'일자리 10년 대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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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좋은일터연구소 자문위원 첫 회의
일자리 먼저 만든 뒤 근로조건 조정은 나중에
'공단의 인간화'로 中企-구직자 미스매치 풀어야
일자리 먼저 만든 뒤 근로조건 조정은 나중에
'공단의 인간화'로 中企-구직자 미스매치 풀어야
‘시대적 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산업계, 학계, 공직을 아우르는 전문가 2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경제신문 좋은일터연구소(소장 윤기설)는 ‘좋은일터만들기 자문위원단’을 구성, 지난 5일 한경 본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원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 사회적 아젠다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선거철을 맞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청사진이 쏟아지지만 내실 있는 대책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창출 대책을 보면 집권 5년 동안 해나갈 수 있는 메뉴가 뚜렷하지 않다”며 “보다 실사구시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푸어의 시대…“10년 계획 세워야”
자문위원들은 먼저 한국사회가 ‘고용시장의 위기’를 맞았다는 데 공감하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근면 청년미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현재를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잡푸어(job poor)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내수시장 포화, 둔화하는 경제 성장률 등으로 일자리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5~10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10년을 내다보는 종합적인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중 현대자동차 상무는 “다양한 고용 형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는 게 우선 과제”라며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일단 일자리를 만든 뒤 근로조건 격차를 개선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근로조건 격차의 가장 큰 변수가 기업 규모이다 보니 대기업의 비정규직이 중소기업의 정규직보다 조건이 낫다”며 “중소기업이 원·하청 거래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노동법뿐 아니라 민법·상법으로도 접근하는 범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취업유발 계수가 낮지만 간접 취업유발 비중은 월등히 높다”며 “제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의 인간화’ 프로젝트 필요”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안으로 ‘공단의 인간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는 “지역사회의 주거·상업·문화시설을 개선해 어두운 ‘공단’ 이미지를 밝게 개선하면 청년들도 공단 지역에 취직하는 것을 덜 꺼릴 것”이라며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그렇게 리노베이션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과 지역사회가 양해각서(MOU) 등을 맺고 공동 노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구직자를 중심으로 접근하자는 시각도 있었다. 원창희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좋은일터만들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당장의 임금과 복지 수준은 낮아도 작업환경관리 인력관리 산업안전관리를 잘하면 그런 곳은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일본은 청년을 수해, 지진 등 재난지역에 보내 복구를 돕도록 해 근로의식을 바꾸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살리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들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사장이 ‘1년 내내 채용공고를 붙여놔도 사람이 모자른다’고 하소연하는 걸 들었다”며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와 시장에 나오는 일자리 사이의 간극이 큰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