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8만명 '말춤'…월드컵 못지않은 열기
“다들 모이셨습니까? 시작해도 될까요?”

4일 오후 10시 정각. 무대에 등장한 싸이(본명 박재상·35)가 이렇게 외치자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8만여명의 관객들은 우렁찬 함성을 울렸다. 10년 전 여름 ‘2002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쳤던 시민들은 이날 또다시 서울광장에 모였다. ‘싸이’를 연신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은 10년 전에 못지 않았다.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에 말춤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는 밤 12시까지 이어진 ‘국제가수 싸이, 서울스타일 콘서트’를 통해 8만여명의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서울광장에 8만여명이 모인 건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이후 처음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청앞 8만명 '말춤'…월드컵 못지않은 열기
싸이는 이날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 내내 ‘연예인’ ‘흔들어주세요’ ‘낙원’ 등 10여곡이 넘는 히트곡을 잇따라 부르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광장 특설 무대 앞으로 싸이가 뛰어오며 “왼쪽, 오른쪽, 앞쪽 모두 같이, 뛰어!”를 외치자 광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는 콘서트 귀재답게 이날 공연 중간마다 “여러분 지치셨나요? 립싱크 없이 한목소리로 외쳐봅시다”라고 말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8만여명의 관객들도 노래가 끝날 때마다 연신 “싸이! 싸이!”와 “앙코르”를 연호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강남스타일이었다. 8만여명의 시민들은 무대 위에서 웃통을 벗은 싸이와 함께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른 강남스타일 가사를 다같이 따라 부르며 말춤을 췄다.

이날 공연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서울시청 광장엔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장 한편에 마련된 특설무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관객들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광장을 메운 인파는 이날 오후 8시께 2만5000여명(경찰 추산)에 달했고, 급기야 광장을 넘어 덕수궁과 광화문 사거리까지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경찰은 행사 통제를 위해 14개 중대 14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서울광장 주변 음식점도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 광장 인근 편의점에서는 도시락과 생수가 동났다. 외국인 단체 관람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청 인근 S음식점 주인은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이렇게 많은 인파가 찾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리며 시청 인근에서 휴대폰 통화와 문자 전송이 수시로 불통됐다. 또 이날 싸이의 서울광장 공연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유튜브와 유스트림이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다운되기도 했다.

싸이의 이번 특별 공연엔 미국 CNN, ABC, AP통신, 일본 NHK 등 해외에서도 5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강경민/이지훈/김인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