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는 중국인의 어두운 속성에 대한 서구인의 비판이 스며 있다. 타이렁(호랑이)은 무술비급을 빼앗기 위해 스승 시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 이는 중국인의 이기심과 잔혹성을 드러낸다. 천하제일의 무림 고수가 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는 타이렁의 생각에선 남을 배려하기보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데 집착하는 면모를 볼 수 있다. 반면 팬더곰 포는 게으르고 일자무식이며 먹는 것만 밝히다가 우연히 타이렁을 제압한다. 여기에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기적과 요행을 바라는 중국인의 습성이 담겨 있다.

중국 기업들도 이런 속성을 물려받아 초일류가 되지 못하며 중국 경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무술비급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급은 바로 나 자신이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비급을 만들어가는 길밖에 없다.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는 중국인 중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석학 랑셴핑 교수가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들춰내는 책이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 문화 역사적 관점을 아우르며 중화 문화의 특성과 중국인의 콤플렉스, 어리석음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다.

“2040년, 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해 14%에 그친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포겔 미 시카고대 교수의 전망도 무색하게 한다.

저자는 중국 기업들의 치명적인 약점에는 뿌리깊은 중화 문화의 저주가 스며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을 꿈꾸며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실패한 렌샹이 일례다. ‘세계 최고’는 중화 문화가 숭상하는 정신적 목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일처럼 보이는 것도 매진하면 큰 성과를 이룬다)’이나 ‘쇠절구를 갈아 바늘로 만든다’는 중국 격언에는 비과학적이고 경직된 사고가 담겨 있다. 이런 중화 문화에 빠진 렌샹 같은 기업들은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기적과 요행에 기대 회사를 운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과정보다 성과에 매달리는 것도 중화 문화의 특징이다. 첨단 IT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조차 과정 관리보다 목표 관리에 치중한다. 목표 관리만 중시하는 기업의 약점은 리더가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식당의 총주방장이 떠나면 그가 어떻게 음식을 만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목표 관리를 수정할 수 없다. 중국 IT 기기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프로세스를 직원들이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정 관리를 등한시하니 목표 관리를 해나갈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내 IT 분야 연구·개발에 오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거대한 부를 일궜던 산서상인과 휘상, 호상 등이 몰락한 원인도 탐색한다. 이들의 흥망사에는 현대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