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과 역대 대선…97년 '昌 대세론' 추석 직전 '이인제 출마' 에 꺾여
추석민심은 12월 대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대선 때마다 각 후보진영이 추석 민심잡기에 올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추석민심이 대선 결과로 그대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1997년 있었던 15대 대선 초반엔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50%대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이 후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소위 ‘병풍(兵風)’이 터져 지지율이 20%대로 밀렸다. 여기에 추석 연휴 시작 하루 전인 9월15일 신한국당 경선에서 떨어진 이인제 후보가 독자 출마를 선언하며 ‘추석 밥상’을 차지했다. 결국 추석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9월17일)에서 이회창 후보는 추석 전(8월17일, 23.2%)보다 8%포인트가량 떨어진 15.6%의 지지율로 이인제 후보(24.0%)에게 밀렸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추석 직후 29.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결국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 추석의 가장 큰 화제는 월드컵 열기를 업고 부상한 정몽준 무소속 후보였다. 정 후보는 출마 선언 전부터 20%대의 지지율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달렸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10% 중반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 후보는 추석연휴 직전인 9월17일 대선 출마를 선언, 추석연휴 직후 26.1%의 지지율로 노무현 민주당 후보 16.8%에 앞섰다. 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이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17대 대선은 싱겁게 끝났다. 일찌감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됐던 2007년 추석 밥상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8대 대선은 16대 대선과 일정 부분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추석을 한 주 앞두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된 것도 비슷하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