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휴 명동거리엔 '유커' 북적…면세점 화장품 매출 작년 국경절 3배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1층 설화수 매장. 중국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7일)를 맞아 2일 오후 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들이 줄을 서서 매장 직원들과 상담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화수 매장 매니저는 “지난 주말부터 중국인 고객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어제(1일) 하루 매출의 70%가량이 중국인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명동 거리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곳곳에서 들리는 중국말과 중국어로 써붙인 매장 고시물, 안내 현판 등은 중국 대도시 번화가를 연상케 했다. 화장품브랜드 미샤 명동점 직원은 “평소 전체 고객의 3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인 비중이 지난 주말 이후 50% 가까이 높아졌다”며 “비비크림 등을 선물용으로 주로 구매하는데 100만원어치 넘게 사가는 중국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명동과 동대문 등 쇼핑가가 ‘중국 국경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헬스&뷰티전문점인 GS왓슨스 명동점의 이승규 점장은 “추석 당일에 문을 닫던 화장품 매장들도 이번에는 국경절 영향으로 대부분 열었다”고 전했다.

중국과 8개 직항 노선이 운항 중인 부산에도 항공좌석 공급이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데다 크루즈 기항까지 더해지면서 국경절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번 국경절 연휴에 항공과 크루즈를 이용해 부산을 직접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만 1만3000명, 서울이나 제주도를 거쳐 부산을 간접 방문하는 관광객을 포함하면 2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광공사가 추정한 올 국경절 연휴의 중국인 관광객(10만여명)의 20%가량이 부산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지난달 28~30일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늘었고,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이달 1일까지 이틀간 중국인 매출이 240% 증가했다. 브랜드별로는 국산 화장품·패션브랜드 제품들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롯데에서 아모레퍼시픽이 250%, 미샤가 270% 늘었고 국산 패션브랜드 MCM은 8.4배 증가했다. 신라에서도 MCM이 18배, 미샤가 5배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가 중국 현지보다 30%가량 저렴해 국산 제품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달 29일 중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쇼핑객들은 루이비통 샤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보다 국산 의류, 가방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깃발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자유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구매율이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중국 톈진에서 온 자오링샤 씨(26·여)는 “명동이 쇼핑과 패션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들어 친구들과 함께 국경일에 맞춰 왔다”며 “화장품만 50만~60만원어치 정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대문패션몰 두타 관계자는 “쇼핑을 목적으로 찾는 개인 쇼핑객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인 방문객의 구매율이 50~60%에서 최근에는 70~8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송태형/서화동/최만수/윤희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