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주식형 펀드 환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990~2000선에 도달하자 투자자들이 잇달아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4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설정액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는 덩치만큼 환매 규모도 커 수익률에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6575억원(상장지수펀드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설정액 1조원 이상인 대형 펀드 10개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만 4000억원이 넘는다. 이들 펀드의 장기 성과는 견조하지만 최근 지수대가 높아진 데다 불확실한 투자환경이 지속되면서 일부 차익을 챙기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1조9430억원)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1조5275억원)은 27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각각 848억원과 661억원 줄면서 설정액 1조원이 넘는 ‘1조클럽펀드’ 10개 중 자금 유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삼성그룹주펀드는 올 들어 14%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위 펀드로 지수 상승에 따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펀드 자금 유출은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매에 따른 현금 확보를 위해 주식을 처분해야 하다 보니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펀드 10개 중 7개는 올해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6.61%)을 앞서지만 펀드 환매가 거세진 최근 한 달간 수익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2.97%)에 못 미친다. ‘한국투자한국의힘1’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가 대표적으로 이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98%, 2.51%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지수 상승에 따른 환매로 단기 수익률이 저조하지만 이들 펀드의 장기 성과를 보면 시장 평균을 웃도는 게 대부분”이라며 “일부 차익 실현 후 적립식 투자로 재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