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담배 없는 대회로 만들겠습니다.”

최경주(42·SK텔레콤)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개최하는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총상금 75만달러·우승상금 11만8875달러)을 앞두고 27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GC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경주는 “2003년 마스터스에 참가했을 때 질서정연한 모습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오거스타는 화장실 옆에 흡연구역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만 담배를 피우게 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해 휴대폰을 맡기고 입장했던 것처럼 담배와 라이터를 자발적으로 맡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한때 하루 3갑을 피웠다. 당시 국내 대회에서 한 선배 골퍼가 ‘담배연기가 나에게 온다’며 비켜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13년간 담배를 끊다보니 비흡연자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 안방 장판에 담배를 끄는 사람은 없다. 티박스와 그린은 나의 장판”이라고 덧붙였다.

“CJ인비테이셔널을 각별하고 특별한 전통이 있는 대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 대회가 쭉 발전해서 외국의 유명 선수들도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릴 때 휴대폰으로 찍어대는 바람에 소음이 나서는 곤란하겠죠.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서 2015년에는 당연히 휴대폰과 담배를 놓고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문화가 정립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람의 몸은 내면의 자아가 긍정이냐 부정이냐에 따라 뇌에 전달되는 방식이 다른데 나이가 들어 안 되나보다 하면 정말 안 되지만 음식, 체력단련, 연습량을 잘 조절하면 앞으로도 충분히 5년 이상은 뛸 수 있다”고 말했다.

“7승을 하고 나서 8승을 하기까지 3년반 걸렸어요. 목표로 세운 10승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후회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내 속의 자아가 급했어요. 잘해보려고 집착하면서 나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것을 놓친 거 같습니다. 미국 진출 초기 혼자 고독하게 연습했던 자세로 돌아가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올해 성적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때 사용했던 ‘미우라 아이언’으로 다시 교체했다.

“핑, 테일러메이드 등 다양한 제품의 아이언을 썼으나 결국엔 옛것이 좋더군요.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미우라 아이언으로 우승했는데 다시 이 클럽을 사용할 겁니다.”

이 대회는 다음달 4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최경주를 비롯 벤 커티스(미국),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 등 120명이 출전한다.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