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할머니의 신분증을 위조해 예금통장에서 수억원을 빼 가로챈 혐의로 이모씨(46)를 구속하고 공범인 신모씨(57)를 추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서울 양재동 모 은행 지점에서 김모씨(82·여)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총 19차례에 걸쳐 김씨의 예금 6억4000여만원을 인출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올 초 5년 전 사문서 위조죄 공범으로 함께 복역한 신씨로부터 김씨의 예금통장에 수억원이 들어있다는 사실과 함께, 김씨의 인적사항 및 계좌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홀로 사는 김씨는 서울 서초동 자신의 집에 CC(폐쇄회로)TV 설치 공사를 한 신씨에게 은행 심부름까지 시키는 등 신씨와 평소 가깝게 지내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후 이씨는 비슷한 연령대의 할머니를 은행에 데려가 김씨인 것처럼 속이고 가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통장분실 신고와 인감변경을 한 뒤 예금을 인출했다. 경찰은 이씨가 이렇게 빼낸 돈으로 1억여원의 빚을 갚고, 나머지 돈은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 드나들면서 모두 탕진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어머니의 재산이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김씨 아들의 신고로 드러났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