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출국납부금 카지노사업자납부금 등으로 조성된 관광진흥개발기금(관광기금)이 해외 증시나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10개 펀드에 손실처리하거나 묶인 돈만 849억원에 달했다.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나타난 결과다. 관광기금은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 따라 정부 출연금과 출국납부금 등을 모아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조5000억원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약 1조2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 관광 개발이나 사업에 상시 지원금으로 쓰고, 3000억원가량은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개별 투자 실태를 보면 대부분 리스크를 전혀 고려치 않고 당시 호황을 보인 해외 증시와 아파트 분양, 개발 사업 등 고위험군에 투자를 집중했다. 세계 증시가 호황일 때인 2007년 한화투신운용의 ‘한화카자흐스탄사모재간접1’펀드에 기금 100억원을 넣은 게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대외 변동에 취약한 신흥시장인 카자흐스탄의 채권과 공모 주식, 러시아 증시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투자금은 31억원으로 줄었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도 있다. 2007년 5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통해 40억원을 캄보디아의 한 호수 개발 사업에 넣었다가 현재 사업자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해 3월엔 KB자산운용의 ‘KB웰리안맨해튼사모특별자산신탁’펀드에 100억원을 투자, 미국 맨해튼의 2개 임대아파트단지를 사들였으나 현지 임대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져 문화부는 2010년 투자금을 손실 처리했다.

문화부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7~2008년 기금을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적극 투자했다. 그러나 대부분 경기 침체나 법적 분쟁으로 돈이 묶이거나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또 2008년 한화투신운용(현 한화자산운용)을 대리로 내세워 서울 창동역사개발사업에 180억원을 투자했지만 시행사가 어려워지면서 투자금이 묶였다.

문화부는 경기 용인시 아파트 분양사업에도 대신증권을 통해 150억원을 투자했으나 분양시장 침체로 올 연말 만기 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에 분양률이 97%를 넘어야 원리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6월 말 기준 분양률은 38%다. 이 같은 부실 투자가 이어지면서 2010년 3.89%였던 기금 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3.47%로 떨어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문제가 된 직원은 징계 절차를 밟고 있고 기금 운용지침을 개편했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사전 심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동산과 해외 주식은 고위험 투자로 전문적인 운용 능력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준세금인 기금을 당시 분위기만 보고 투자하는 식의 운용은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