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에서 ‘인간’ 토니 스타크가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건 로봇슈트(착용형 로봇) 덕이었다. 무장한 게릴라군을 소탕하고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개발한 로봇슈트 때문. 최첨단 하이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로봇슈트를 입으면 평범한 사람도 하늘을 날고 탱크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이처럼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슈트 개발에 미국에 이어 한국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원을 총괄·관리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는 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슈트 기술을 비롯 올해의 ‘세계 1등 연구 과제’ 14건을 25일 선보였다.

◆80㎏ 남자 120㎏ 무게 거뜬

로봇슈트 ‘하이퍼’는 다리 근력을 증대해 사람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이퍼의 신발 허리 발목 등에는 25개 정밀한 압력 센서가 붙어 있다. 이 센서가 사람의 동작을 감지한다. 로봇슈트를 입고 힘이 세지는 것은 ‘액추에이터’ 때문이다. 액추에이터는 기계장치를 움직이게 하는 구동장치로 사람의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체중 80㎏ 성인 남자가 전원을 연결한 하이퍼를 착용하면 120㎏ 무게의 짐을 들고 9시간을 버틸 수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생기원 관계자는 “2010년 처음 개발했을 당시 110㎏ 나갔던 하이퍼의 무게를 40㎏까지 줄였다”며 “배터리를 사용해 시속 3㎞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군수산업이 발달한 미국을 제외하고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퍼가 상용화되면 군수분야뿐 아니라 건설분야 재난분야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자 및 장애인의 근력도 높여 사회활동을 도울 수 있다고 생기원 측은 강조했다.

◆4초 만에 영화 한 편 다운로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100배 빠른 광 인터넷 기술’도 올해 세계 1등 연구과제로 꼽혔다. 이 기술은 전용 광 파장을 이용, 현재보다 100배 빠르고 안전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존 인터넷 기술은 사용자가 몰리면 속도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ETRI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유 파장(빛의 색깔)을 갖는 레이저를 활용, 전화국과 사용자를 1 대 1로 연결하는 효과를 내는 기술을 구현했다. 현재 영화 한 편(약 5GB)을 다운로드하면 6분40초가 걸린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불과 4초 만에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게 된다. 이상수 ETRI 책임연구원은 “90% 이상 국산 부품을 활용했고 기존 인프라에도 적용할 수 있어 경제성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와 협의를 거쳐 내년 말께 상용화할 전망이다.

◆세계 최장 다리 건설기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세상에서 가장 긴 콘크리트 교량 기술’도 세계 1등 연구과제에 이름을 올렸다. 건기연은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5배 세고, 4배 이상 내구성이 좋은 초고성능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했다. 또 기존에 530m에 머물렀던 교각과 교각 사이 한계거리를 1000m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로 다리를 건설하면 다리 하중을 견디는 구조물 없이도 한강을 건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합금하는 생기연의 ‘에코마그네슘·에코 알루미늄 개발 기술’도 미국 항공기업체 보잉 등 세계 글로벌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산업을 견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