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출범 3주년] 수익·공익성 따져 138개 사업 구조조정…리스크 관리 체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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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사업 아닌 것 과감히 포기…부채비율 감소 가시화
30년 고수해 온 토지 전면매수·개발관행도 탈피
신규사업은 프로젝트별 책임자 지정해 '사업실명제' 실시
30년 고수해 온 토지 전면매수·개발관행도 탈피
신규사업은 프로젝트별 책임자 지정해 '사업실명제' 실시
2010년 상반기 LH의 재무상태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토지·주택 공급 실적과 대금회수가 부진한 가운데 자금조달용 채권 발행도 사실상 중단돼 6월 말 기준 총부채는 117조원에 달했다. 이 중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만 84조원, 하루 이자가 약 99억원일 정도였다.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사업조정’이 시급했다.
LH는 같은 해 8월 노·사 공동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12월 말에는 사업지구별로 사업여건을 면밀히 분석한 후 수요 및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개발사업은 보류하거나 재검토한다는 원칙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138개 신규 사업을 구조조정했다.
사업 구조조정 효과는 곧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79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09년 말 5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455%로 감소했다.
◆대규모 사업조정 실시
LH는 국내 전체 공공개발사업의 절반을 담당하는 초대형 공기업이다. 2010년 총 414개지구(594㎢), 425조원대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보상에 착수한 사업장이 276개 지구(398㎢·282조원 규모), 아직 보상에 들어가지 않은 곳이 138개지구(196㎢·143조원)였다.
LH는 사업조정의 기본방향을 ‘선(先)재무·후(後)사업계획’으로 잡았다. 재무역량 범위 내로 사업규모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과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LH 관계자는 “연간 45조원을 투입해 모든 사업을 종전대로 진행할 경우 LH의 금융부채는 2010년 말 91조원에서 2018년 225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며 “결국 국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조정의 원칙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같은 주요 정책사업은 계속 추진하되 과거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사업은 중단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었다.
이미 보상이 시작된 진행사업은 시급성과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감안해 판단하고 보상 미착수 사업은 수요와 사업성, 공익성 등을 검토해 대안을 연구했다. 신규 후보지 지정은 국책사업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중단했다. 또 민간과 경쟁하거나 LH의 고유목적이 아닌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사업성 따져 멈추고 재개하고
이미 진행하고 있거나 착공한 사업지구는 공정률과 공사 일정, 부담금 납부 시기 등을 조절하며 투자효율성을 높였고 원가 개선 노력도 함께 기울였다. 반면 미착공지구 중 인근 개발물량이 과다하거나 수요가 부족한 사업은 단계별 개발이나 규모 조정, 사업방식 변경, 시행자 변경 등으로 완급을 조절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사업성이 낮으면 사업을 접었다.
대표적인 사업 구조조정 사례가 아산탕정 2단계 사업과 오산세교3지구 사업이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과 아산시 탕정면 일원에 있는 아산탕정2단계 사업지는 고속철도(KTX) 천안아산역을 둘러싸고 있는 아산배방지구와 아산탕정1단계 지구, 삼성전자의 탕정지방산업단지 등에 인접한 도농복합지역이다. 2010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인구유입이 증가하고 아산배방지구가 한창 분양 중에 있었다. 아산탕정 1단계사업이나 삼성전자의 탕정산업단지 배후단지가 완공될 경우 지역의 주거시설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LH는 추가 개발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LH가 수요분석 결과에 따라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에 “대규모 아산탕정2단계 사업을 계속 하기 힘들다”고 알리자 반발이 거셌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대체용지를 구입한 주민들과 이주자택지 및 생활대책용지, 영업보상 등을 노리고 우후죽순 원룸과 상가 건물을 건축한 외지 투자자들로부터 항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LH는 뚝심으로 밀어붙여 작년 3월 말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민간 전문위원들로부터 최종적인 사업 취소 결정을 받았다.
경기도 오산시 세교동 일대에 계획된 오산세교3지구 사업은 세교1·2지구의 미분양 대기물량과 취약한 지역 수요, 인접한 동탄2신도시와의 공급시기 중복 등으로 인해 사업조정에 착수한 사례다.
LH는 사업착수의 어려움을 주민 대표 측에 전달하고 협의했다. 2016년 이후 보상을 실시하는 ‘장기보류’와 ‘사업취소’ 중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사업취소를 결정했다. LH는 약 5조2000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해당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오산시에 도시관리계획 수립비용을 지원하는 등 후속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파주 운정3지구 개발사업은 사업성을 높여 사업을 재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근 지역의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로 운정3지구의 입지 및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LH는 2009년 통합 직후 이곳의 사업을 보류시켰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은 개발을 간절히 원했다. LH는 해당 지역 의원들과 주민 대표 지자체장 등으로 이뤄진 ‘4자 협의체’를 구성,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이 큰 광역교통개선대책 비용과 과다한 기반시설 설치 축소 등을 이끌어냈다. 결국 사업성 자체를 높여 작년 10월 실시계획승인신청이 이뤄졌다.
LH 관계자는 “사업조정은 단순히 사업비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아니었다”며 “수요 및 경제성에 입각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최고경영자(CEO)나 정권이 바뀌어도 시스템에 의해 개발사업이 움직이도록 하는 진정한 경영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개발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LH는 30년간 고수해 온 토지 전면매수 사업방식과 개발 관행에서도 탈피했다. 도시재생사업에는 입체환지(換地)방식을 도입하고 공기업과 지자체, 주민들의 공동사업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 토지 보상 시에는 협금 대신 대토와 채권을 적극 활용해 사업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했다.
서울 서초동이나 경기도 시흥 은계동 등에는 급증하는 1~2인 가구를 위한 스튜디오 주택을 건설, 사회변화와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주택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 사업은 프로젝트별로 총괄 책임자를 지정하는 ‘사업실명제’를 실시해 과거처럼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없앴다. 사업마다 손익 및 현금흐름의 구분 산출이 가능하도록 ‘구분회계제도’도 사용하고 있다. 사업착수 이후에도 사업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점검하는 평가제도와 리스크 관리를 체질화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