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제부총리·장관들의 '정책 훈수' "경제민주화에 휘둘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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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전직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24일 한자리에 모여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향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라”고 주문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요구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13명의 전직 부총리ㆍ경제 장관을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경기회복을 위한 의견을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진념 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불리는 위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재정부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는 물론 대통령이 말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자신감을 가져라”고 강조했다.
나웅배 전 부총리도 “지금은 과거 어떤 때보다도 각종 기득권 이해집단들의 자리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라며 “재정부가 건전재정, 성장잠재력 육성,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재형 전 부총리는 “경제심리 개선을 위해서는 (작은 경기부양을) 찔끔찔끔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패키지화해서 대규모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 의원 출신답게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규성 전 장관은 “지금과 같은 위기시에는 거시정책과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정책의 중심을 잡고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재정부 초대 장관은 환율 운용에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었고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됐다”며 “다만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문제점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과 이에 따른 수출 부진과 이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등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재완 장관은 이에 대해 “당면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정말 소중한 교훈”이라고 답했다.
이날 모임에는 1994년 신설된 재정경제원 출범 이후 경제 부총리와 장관을 지낸 19명 중 13명이 참석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부총리는 당초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심기/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