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제2, 제3의 '쌍용차'는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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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지난 21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쉼터 와락센터를 찾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사연을 듣다 그만 눈물을 흘렸다. “3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우리는 죽음과 삶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는 말에 휴지를 뽑아들었다고 한다. 그는 “다음 정부에서 꼭 해결하겠다”며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쌍용차 청문회를 열어 해법 없는 공방을 벌였다. 회계법인과 경영진이 부채비율을 부풀려 ‘기획 부도’를 냈고, 77일간의 파업을 끝내려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경찰이 과잉진압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정리해고 책임 누구에게 묻나
쌍용차 정리해고가 대선 쟁점의 하나로 타오르고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2009년 2646명을 무더기 해고했고, 정부의 무관심과 묵인, 경영진의 무능력과 약속깨기로 3년 동안 22명의 해고자가 죽음의 길로 내몰렸다는 주장은 휘발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22명의 사망자 중 자살한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을 추적해 《의자놀이》라는 책도 냈다. 공씨는 1%의 이익을 위해 99%끼리 싸움을 붙이는 잔혹한 짓을 의자놀이라고 썼다.
19대 국회가 첫 청문회 안건으로 쌍용차를 채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국정감사 때 추가 증인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벼른다. 노동·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쌍용차 문제가 ‘정치적 해결 수순’에 들어설 모양새다.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한 옛 대주주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다음해 1월 상하이차는 기다린 듯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발을 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7100여명에 이르던 임직원, 1차 협력업체 250여곳과 2, 3차를 포함해 1000여 협력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상하이차가 한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로 꼽히던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0월이다. 상하이차는 중국에선 최대 자동차그룹이었지만 자동차 선발국과는 기술 격차가 컸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기술 빼가기, 먹튀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쌍용차 노조는 2004년 7월 중국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고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정부는 밀어붙였다. 남은 사람들만 ‘덤터기’를 썼다.
'대기업 때리기 놀이' 언제까지
쌍용차의 형편은 2010년 11월 대주주가 인도 마힌드라로 바뀐 것뿐 별로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평택공장 가동률은 상반기 평균 79%다. 국내 시장 점유율 3% 안팎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인도인 주주마저 떠나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이사장은 국회 청문회가 계속되면 투자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77일간의 점거 파업을 마무리하며 노사합의로 무급휴직을 받아들인 해고자 481명의 절망과 한숨은 깊어간다.
18대 국회와 시민단체의 ‘희망버스’ 시위는 2010년 말 생산직 400여명을 줄이려던 한진중공업의 희망퇴직을 없던 일로 만들어놨다. 일감이 줄어 한진중공업 상선부문의 가동률은 작년 6.9%에서 올 상반기 0%로 떨어졌다. 제2, 제3의 ‘쌍용차’ ‘한진중공업’은 세계적 불황과 맞물려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인들은 무장해제를 당한 채 국가 간 기업전쟁터로 쫓긴다. 일자리를 뺏기는 근로자들도 늘어날 판이다. 그래도 우리 정치는 자해공갈 같은 ‘대기업 때리기 놀이’를 그만둘 마음이 없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쌍용차 청문회를 열어 해법 없는 공방을 벌였다. 회계법인과 경영진이 부채비율을 부풀려 ‘기획 부도’를 냈고, 77일간의 파업을 끝내려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경찰이 과잉진압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정리해고 책임 누구에게 묻나
쌍용차 정리해고가 대선 쟁점의 하나로 타오르고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2009년 2646명을 무더기 해고했고, 정부의 무관심과 묵인, 경영진의 무능력과 약속깨기로 3년 동안 22명의 해고자가 죽음의 길로 내몰렸다는 주장은 휘발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22명의 사망자 중 자살한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을 추적해 《의자놀이》라는 책도 냈다. 공씨는 1%의 이익을 위해 99%끼리 싸움을 붙이는 잔혹한 짓을 의자놀이라고 썼다.
19대 국회가 첫 청문회 안건으로 쌍용차를 채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국정감사 때 추가 증인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벼른다. 노동·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쌍용차 문제가 ‘정치적 해결 수순’에 들어설 모양새다.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철수한 옛 대주주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다음해 1월 상하이차는 기다린 듯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발을 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7100여명에 이르던 임직원, 1차 협력업체 250여곳과 2, 3차를 포함해 1000여 협력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상하이차가 한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로 꼽히던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0월이다. 상하이차는 중국에선 최대 자동차그룹이었지만 자동차 선발국과는 기술 격차가 컸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기술 빼가기, 먹튀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쌍용차 노조는 2004년 7월 중국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고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정부는 밀어붙였다. 남은 사람들만 ‘덤터기’를 썼다.
'대기업 때리기 놀이' 언제까지
쌍용차의 형편은 2010년 11월 대주주가 인도 마힌드라로 바뀐 것뿐 별로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평택공장 가동률은 상반기 평균 79%다. 국내 시장 점유율 3% 안팎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인도인 주주마저 떠나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이사장은 국회 청문회가 계속되면 투자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77일간의 점거 파업을 마무리하며 노사합의로 무급휴직을 받아들인 해고자 481명의 절망과 한숨은 깊어간다.
18대 국회와 시민단체의 ‘희망버스’ 시위는 2010년 말 생산직 400여명을 줄이려던 한진중공업의 희망퇴직을 없던 일로 만들어놨다. 일감이 줄어 한진중공업 상선부문의 가동률은 작년 6.9%에서 올 상반기 0%로 떨어졌다. 제2, 제3의 ‘쌍용차’ ‘한진중공업’은 세계적 불황과 맞물려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인들은 무장해제를 당한 채 국가 간 기업전쟁터로 쫓긴다. 일자리를 뺏기는 근로자들도 늘어날 판이다. 그래도 우리 정치는 자해공갈 같은 ‘대기업 때리기 놀이’를 그만둘 마음이 없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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