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언제쯤 바닥을 찍을까.”

요즘 부동산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언제쯤 집값 하락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집이 없는 이들은 이왕이면 바닥에서 내집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20년 동안 부동산 시장 전망을 해온 안명숙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부동산팀장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이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기자, 부동산정보업체 연구원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우리은행 PB 겸 부동산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집값, 당분간 떨어지다 내년 바닥 찍을듯"
○“강북·수도권 추가하락 가능성”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고점인 2007년 2월에 비해 8.6%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주택 시세가 바닥은 아니라는 게 안 팀장의 의견이다. 그는 “서울 강북지역이나 수도권의 많은 지역 주택값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강남권 낙폭 수준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또 주택 취득세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정부의 세제 대책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에서다.

안 팀장은 크게 오른 전셋값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아파트 매매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높아져도 아파트 구매 수요가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팀장은 “광주 등 지방의 경우 몇 해 전부터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높았지만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며 “주택 수요는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따라 더 크게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와 월세 받기를 원하는 집주인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형국”이라며 “전셋값이 오르면 집을 사기도 하겠지만 월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패러다임 전환기

"집값, 당분간 떨어지다 내년 바닥 찍을듯"
안 팀장 역시 “부동산 불패 시대는 끝났다”는 세간의 의견에 동의했다. 안 팀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조차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기간은 9개월에 불과했다”며 “지금 같은 장기 침체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부동산 가격 급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1차적인 이유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활동인구감소, 1~2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를 들었다.

개인들의 의식도 예전과 달라졌다.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현재를 희생했던 지난 세대와 달리 지금 세대는 현재의 생활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팀장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것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권 초기인 내년에 주목

안 팀장은 다만 실수요자들은 내년에 내집마련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경제상황이 좀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에 올해 예상성장률 2.5%보다 0.9%포인트 높은 3.4%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 팀장은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집값도 내년쯤 저점을 찍고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다는 것도 호재다. 안 팀장은 “새 정권 초기에 경기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 팀장은 계속 전세로 사는 것이 재테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물 자산인 부동산과 달리 전세금으로 묶인 현금은 물가 상승률의 비율로 매년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더라도 투자할 만한 곳은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점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서울 양천구(-19.73%)를 비롯해 송파구(-16.26%), 강남구(15.87%),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24.86%) 등에 주목했다. 안 팀장은 “서울 강남구 같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시세가 떨어진 지역은 더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실거주 목적의 중소형 주택 투자는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대형 주택에 대한 투자 전망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대형 주택의 수요가 적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안 팀장은 “요즘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국민주택규모의 집에서도 충분히 3~4인 가족이 살 수 있다”며 “165㎡ 이상 대형 아파트 수요는 소득수준이 높고 중고생 자녀를 둔 40~50대로 한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이 많은 사람도 60대가 넘어 자녀들이 분가한 뒤에는 집을 줄이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재건축·재개발 투자도 당분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사업이 지연돼 자금이 장기간 묶일 위험에 비해 시세 차익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