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수상자로 노부스 콰르텟이 불렸을 때 넷이 서로 눈만 마주보며 되물었죠. 진짜 우리 맞아?”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61회 독일 공영 제1방송(ARD) 국제음악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세계 최고 권위의 이 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넷이 뭉쳐 일을 냈다. 네 번의 본선 심사를 거치는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동양인 팀으로 유일하게 결선 진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한 것이다. 독일 뮌헨에서 전화를 받은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 씨(27)는 “실내악 부문 최고 권위의 콩쿠르 역사에 우리 이름을 남긴 것 자체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독주가 중심인 클래식계에는 ‘실내악 팀은 결성한 뒤 3년을 못 넘긴다’는 통설이 있다. 혼자 돋보이길 바라는 20대 연주자는 더더욱 실내악 활동을 하기 힘들다. 그러나 노부스 콰르텟은 시작부터 달랐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재학 중에 ‘남자 단원으로만 꾸리겠다’고 결심한 뒤 같은 학교 선후배와 유학 중인 친구들을 찾아 나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23), 비올리스트 이승원(22), 첼리스트 문웅휘 씨(24)를 영입했다.

“마음이 맞으면서 현악사중주를 사랑하는 친구들만 모았죠. 지난 6년간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한국인으로서 처음 길을 열어간다는 것에 사명감을 느낍니다.”

‘평균 나이 24세’라는 꼬리표와 달리 노부스 콰르텟은 6년간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실내악 분야에서 ARD콩쿠르와 양대산맥으로 꼽히며 3년에 한 번 열리는 오사카 국제실내악콩쿠르 2008년 3위, 2009년 프랑스 리옹 국제실내악콩쿠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에는 하이든 국제실내악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3위와 청중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르톡 현악사중주 3번과 베토벤 현악사중주 12번을 최종 네 팀 중 첫 번째로 연주했다.

김재영 씨는 “최종심에 올라가기도 힘든 콩쿠르에서 결선까지 갔다는 데 이미 흥분했었다”며 “하지만 마지막 두 곡의 준비가 제일 부족해 연주를 마치고도 내심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독일 뮌헨 국립음대, 이승원 씨는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이었고, 김영욱 씨와 문웅휘 씨는 서울에 살고 있었지만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7~8작품을 완벽하게 연습해야 했다. 한번 시작하면 7시간 이상 이어가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뮌헨 국립음대에서 네 명이 함께 크리스토프 포펜 교수의 지도로 실내악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리허설 때나 콩쿠르를 앞두고는 한없이 예민해지지만 악기만 내려놓으면 다들 친형제들처럼 재미있게 지냅니다. 개인 활동을 하면서 같은 콩쿠르에 나가게 돼도 서로 응원하는 사이죠.”

노부스 콰르텟은 오는 12월1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더 노르딕 러시안’이라는 제목으로 제5회 정기 연주회를 연다. 내년 1월24일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수상의 기쁨과 감동은 컸지만 앞으로 유럽 활동도 많아지고 더 고된 길이 펼쳐질 것 같아요. 그래도 넷이 함께 잘 채워나가서 50대, 60대까지 함께 연주하고 싶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