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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정보 지속적으로 축적, 재분류·재해석 노력을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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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s master 마켓 인텔리전스 (3·끝)

    잠재고객 기반 조사땐 전문 데이터베이스업체 활용…재무 등 종합적 분석해야
    1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전담인력 배치, 지속 관리
    제조업 생산라인에 사용되는 각종 공정장비를 제조, 판매하는 K사는 10여년 전 중국 진출 당시만 해도 시장 인지도가 낮고 경쟁도 치열해 줄곧 중·저가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는 자리에서 한 고위 임원이 “그간 축적해 온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조금 올려도 판매량이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마케팅팀 직원들이 최근 몇 년 간 중국에 판매한 수천 건의 거래 정보를 종합해 판매 가격과 판매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표본도 충분했고 통계 전공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도 괜찮을지 최종 판단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는 얻어낼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실제 경험한 사례다. 기업 대 기업(B2B)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

    공정 장비와 같은 B2B 제품의 가격은 장비의 사양, 유통 비용, 설치 비용 및 방식, 설치 시점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판매 가격과 판매량이라는 제한된 변수만을 갖고 의미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K사의 경우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가격과 판매량 사이의 단순 탄력성 분석보다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비교 가능한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접근이 유효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차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모든 차량의 가격과 판매량을 한 데 묶어 비교하기보다 차종, 연식, 배기량 등을 기준으로 구분해서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가 동종 제품에 대해 얼마나 지급할 용의를 갖고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예를 들어 K사의 특정 제품 A에 대해 고객은 3억~4억 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시장에서는 실제 2억 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기존의 거래 내역에 기대어 가격 탄력성을 분석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분석 대상에는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제품도 포함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대리점과 같은 제3자로부터 정보나 의견을 얻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 거래는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칫 분석 결과가 특정 변수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최대한 왜곡을 줄이며 거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분류 기법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이나 기능 수준별로 여러 경쟁 제품의 판매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적절한 가격 구간을 찾아내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경제학 이론에서 말하는 가격 탄력성은 외부 변수가 완전히 통제된 상태에서 가격과 판매량 사이의 관계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비즈니스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론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하나의 탄력성 수치를 찾기보다는 다양한 분석 방법을 통해 찾아낸 시사점을 종합하고, 가설을 수립한 뒤 그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의사결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외부 정보 축적은 물론 사안별로 최적화된 방법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산업 동향을 파악하거나 익숙한 시장에 대한 조사와 같은 정기 업무는 관련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템플릿만 잘 설계해 두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심층적인 분석 기술이 필요한 비(非)정기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같은 비정기 업무는 신제품에 대한 시장성 예측, 잠재 고객의 식별, 신사업 아이디어 확보, 영업 전략 변경 등 다양한 범주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를 테면 최고경영자가 어느날 갑자기 “요즘 OO 시장이 뜬다던데, 우리 사업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분석해 보고하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려 대응해야 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이런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조사·분석 방법론을 사전에 ‘유형화’하고 ‘내재화’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과거 거래 실적이 없던 유망 고객을 찾아내고자 실시하는 ‘잠재 고객 기반 조사’의 경우, 기존 거래선 정보를 이용하거나 업계 인맥을 통해 정보를 구하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적으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활용, 관련 산업을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세부 업종 및 재무 상황까지 종합적인 분석을 벌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도 너무 다양하고, 한 기업에 대해서만도 수 백, 수 천의 정보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얻고, 또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그 방법론을 사전에 정의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공정 장비의 경우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에 따른 제품 라인 변경, 시설 확충 등에 대한 정보, 자본적 지출(CAPEX) 현황, 현금흐름 등의 정보를 취합해 사전에 정의된 방법론에 의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비정기 업무에서 요구되는 모든 분석 방법론을 사전에 규정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빈번하게 요구되는 주제 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우선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먼저 유형화하고 그에 대한 적합한 방법론을 개발해 내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유형화된 분석별로 가설을 세운 뒤 시험적으로 조사 분석을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방법론을 효율적으로 수정하는 ‘실증적 방법’이 합리적이다.

    ‘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계량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체계, 다양한 정보 원천을 활용하는 ‘정기 업무 프로세스’와 ‘비정기 업무 방법론’은 기업의 마켓 인텔리전스 구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통상 이런 요소들을 기반으로 한 마켓 인텔리전스 기능을 제대로 구축하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시장 및 고객 관련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이런 정보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 영역이나 사업기회, 영업전략 변화 요인은 물론 시장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이나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핵심적인 성공 요소와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미 파악된 문제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업 기능 측면에서 ‘신성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이처럼 초반의 눈에 띄는 성과에만 함몰돼 마켓 인텔리전스를 도입한 궁극적인 이유를 잊고 지속적인 관리 및 개선을 소홀히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마켓 인텔리전스의 가장 큰 목적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대한 가시성을 높여 경영자로 하여금 매 시기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으로서는 초기에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처음 입수한 정보와 그에 따른 전략과 계획에만 매달려 이후에 변화하는 시장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릴 수 있다. 한 번의 시장 이해와 시사점에 몰입돼 지속적으로 정보 원천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마켓 인텔리전스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켓 인텔리전스가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시장 정보를 축적하고 재분류,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점차 고도화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켓 인텔리전스를 1회성의 일시적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일부로 내재화하기 위해 필요한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용석 <언스트앤영 한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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