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후보는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야권 단일화와 관련,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서는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둘째는 국민이 그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이 시점에서 단일화 방법론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권이 정말 변화와 개혁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단일화와 관련해)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대선 승률은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저 나름대로 옳은 일을 하고 선거과정에서 양당이 혁신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저도 최선을 다해 승리하고자 노력하면 결국 그 과실은 주인인 국민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야권 단일화는 이날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의 지지율 변화와 문재인 후보가 그려낼 민주통합당의 쇄신 강도에 따라 그 방식과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추석연휴(29일~10월1일) 전후 1주일 여론흐름이 단일화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당분간 ‘협력적 경쟁관계’를 유지한 뒤 단일화에 나서는 게 대선판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안 후보와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두 사람이 각자 역할을 할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다소 정치공학적이고, 후보들의 정책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법론에만 휩쓸릴 수 있어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야권 단일화 방식을 점칠 수 있는 첫 가늠자로 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나타날 지지율을 꼽고 있다. 여론흐름에 따라 ‘추석 밥상’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지지율의 핵심축인 수도권 ‘2040세대’와 호남 표심을 결집시키는 게 당면과제다.

지난 16일 후보 확정 이후 ‘컨벤션 효과(경선 등 이벤트를 계기로 지지율을 올리는 것)’를 누리고 있는 문 후보는 이 기간 중 본선 경쟁력을 중시하는 호남 표심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문 후보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안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10월 중순까지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흐름에 따라 담판이냐 경선이냐가 결정날 것”이라며 “문 후보가 앞서면 담판 가능성이 높고, 안 후보 지지율이 높으면 경선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