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수시입출식 예금(MMDA) 금리를 내달부터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불황까지 겹쳐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 은행의 MMDA 잔액이 2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폭적인 금리인하로 인해 시중 여유자금이 고수익처를 찾아 부동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 MMDA 금리 0.6% 인하

우리은행은 개인들이 가입하는 MMDA 금리를 연 2.1%에서 1.5%로 0.6%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기업 MMDA 금리도 연 1.9%에서 1.3%로 크게 내린다. 전국 영업점에 인하 내용이 통보됐으며, 안내기간을 거쳐 내달 22일부터 적용된다. 금액별 차등금리를 주는 ‘고단백MMDA’ 상품 금리도 구간별로 금리가 0.4%포인트씩 낮아졌다. 현재는 개인이 5000만원 이상 이 상품에 돈을 넣어둘 경우 연 2.2%를 받지만 앞으로는 연 1.8%를 받게 된다. 또 100일 이상 예치금액에 지금은 연 2.4%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연 2.0%만 받게 된다.

이 같은 갑작스런 금리 대폭 인하는 어려워진 업계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MMDA 상품인 KDB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 금리를 현재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 부동자금 연쇄이동 촉각

우리은행이 MMDA 금리를 큰 폭으로 조정한 1차 이유는 저금리 기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기준금리까지 한 차례 인하돼 지난 8개월간 약 0.6%포인트 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간 조정하지 않고 있다가 한꺼번에 적용했기 때문에 폭이 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예대마진 폭이 줄어 은행 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보전하려는 뜻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여서 정기예금 금리만 낮추는 것으로는 일정한 마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그간 시장경쟁 때문에 수시입출식예금 금리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MMDA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 현금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이탈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MMDA 잔액 규모는 18조5000억원이다. 이 중 약 13조원(70%)이 기업 자금이다.

■ MMDA

Money Market Deposit Account. 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 예금(요구불 예금).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예치기간과 예금 규모 및 은행별로 이자율이 다르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