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ETF 수수료 인하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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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용, 업계 최저로 내려
삼성운용 등도 인하 검토…신상품 상장도 잇따를 듯
삼성운용 등도 인하 검토…신상품 상장도 잇따를 듯
○본격화된 ETF 보수 인하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ETF의 건전화 등을 위한 종합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보수를 인하해 합리적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을 때 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선공에 나선 것은 한국운용이었다.
한국운용은 ‘KINDEX’ ETF의 총보수를 종전 순자산의 0.25~0.40%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15~0.30%로 전격 인하했다. KINDEX200은 0.30%에서 0.15%로, KINDEX레버리지는 0.70%에서 0.30%로 각각 내렸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사에서 운용 중인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상품형 ETF의 총보수는 0.70~0.83%, 지수추종형 ETF는 0.30~0.40%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7개의 ETF를 한꺼번에 상장시켰던 한화자산운용도 당시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2%대로 정해 선발 주자들을 긴장시켰다.
한국운용이 ‘포문’을 열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보수 인하에 난색을 표시하던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인하 검토에 나섰다. ETF시장의 ‘맏형’인 삼성운용 관계자는 “시행 시점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보수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TF 보수 인하는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세계 1위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공격적인 보수 인하를 통해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ETF에 378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하자 래리 핑크 블랙록 대표가 맞대응을 예고하는 등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공룡’들도 보수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신상품 상장 경쟁도 치열
지난달 말 한화운용의 ETF 상장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신상품 상장 경쟁도 다음달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자산운용이 국채 선물을 활용해 투자 대상 국고채의 만기를 두 배로 늘린 효과를 가져오는 레버리지국고채ETF를 다음달 상장시킬 계획이다. 금융위가 이 상품을 ETF시장을 다양화시킬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 데다 다음달이 한국시장에 ETF가 나온 지 10주년이 되는 때라 한국거래소도 상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편이다.
삼성운용과 한국운용은 중국 A주시장에 연동되는 A주ETF를 먼저 소개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특정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액티브ETF도 상당수 운용사들이 준비 중이다. 액티브ETF는 내년 상반기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왜 ETF인가
ETF를 둘러싼 운용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진 것은 최근의 시장 상황과 연관돼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올 들어 코스피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낸 액티브펀드가 15%에 불과할 정도로 업계가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특히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보험 등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코스피지수 수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ETF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맥킨지컨설팅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1조5003억달러(순자산) 수준인 전 세계 ETF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4조7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운용사들이 보수 이외에 다른 수익을 낼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보수 인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금융감독당국은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차수익을 해당 운용사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고, 운용업계는 지수추종형 ETF의 보수는 낮추되 섹터와 파생 ETF는 높이는 식으로 보수체계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