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을 기준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2000을 넘어선 이후 이틀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다. 펀드 환매에 따른 매물이 나오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힘으로 코스피지수가 2050~2100까지 오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2000선에 안착하기 위해선 우호적인 글로벌 경제지표, 중국의 경기 부양책 실시, 예상과 부합하는 3분기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효과, 상승 추세 이어질 것

코스피지수는 18일 2.61포인트(0.13%) 오른 2004.96에 마감했다. 장중 1995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며 2000을 지킬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2거래일간 주춤했지만 2050~2100을 ‘터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QE3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 아직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크게 부풀려져 있는 데다 채권시장에 갔던 돈이 가격 급등으로 주식시장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양적완화 때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변동성은 있겠지만 2150까지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9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롤오버(만기 연장)됐던 프로그램 차익 물량이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가 낮아지긴 했지만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매물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지표에 주목

관심은 코스피지수가 2000에 안착하고 더 나아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지다. 주요 변수로는 글로벌 경제지표가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은 QE3 기대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QE3가 발표된 상황에서는 다르다. 경제지표가 부진할 경우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은 19일과 20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8월 주택착공 건수와 9월 PMI제조업지수 등이 변수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제지표 부진이 QE3의 명분이 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며 “만약 경제지표가 더 악화된다면 지난 4~5월처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 중국 지도부 교체 이후 경기 부양책이 나올지도 시장의 관심이다. 중국 국가정보센터(SIC)가 3분기 경제성장률을 2분기와 비슷한 7.6~7.8%로 예측하면서 2분기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스 긴축안의 의회 통과 여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유럽 국채 매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도 코스피지수 2000 안착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요 일정이다.

◆3분기 실적, 하향조정 멈출까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시즌도 코스피지수 2000 안착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다. 최근 3분기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문제는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3분기 기업 실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이 좋지 않은데 주가가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올 한국 증시는 실적주가 차별화되는 장”이라며 “삼성전자와 통신업종 등 실적주들이 3분기 실적시즌에도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것보다 전년 대비 증가하는 기업 이익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추가적인 실적 하향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작년 동기나 2분기에 비해 기업 실적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