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이다. 이는 문 후보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저서인 ‘사람이 먼저다’에서 “나는 ‘친노무현’이 확실하고 ‘친노’라는 딱지를 떼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5개월여밖에 안 된 그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에까지 오르는 데 있어 친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상대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딱지를 과감히 떼내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발목 잡는 친노의 그늘

친노는 문 후보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했던 야권 인사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정권 교체’, 노 전 대통령은 ‘낡은 정치체제 청산’이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야권 통합과 대선 승리가 가능했다”며 “그러나 이미 과거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던 문 후보에게는 그런 정도의 명분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측근 비리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의 그늘이 문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탈(脫)노무현’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친노가 갖고 있는 독특한 배타성도 문 후보의 확장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친노그룹의 배타성은 거의 문화에 가깝다”며 “문 후보가 이 같은 친노를 쇄신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함께해온 가족을 버리겠다는 각오가 아니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곧 출범할 선거대책위원회에 다양한 출신의 인사를 영입해 당내에 친노그룹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만 진정한 ‘비욘드 노무현(노무현 넘어서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브랜드’ 만들어야

문 후보가 하루빨리 자신만의 주요 정책을 내세워 브랜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 사이에는 ‘진보 세력이 집권해도 경제를 잘 살릴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며 “아울러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 전략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 교수는 또 “박 후보와 비교했을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의 이슈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결국 문 후보가 집중해야 할 승부수는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 정책’과 ‘4강 외교 전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기/허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