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맞제소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먼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과 ITC 두 곳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완패’를 당한 삼성전자는 연이어 타격을 받게 됐다.

○ITC “애플은 특허 침해안했다”

ITC는 14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을 통해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임스 길디 ITC 행정판사는 “이번 발표는 예비 결정”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 제소와 관련한 네 가지 항목을 열거하며 “애플은 어떤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 2건과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 자판을 누르는 방법에 관한 특허, 디지털 문서를 열람·수정하는 내용의 특허 등 4건을 침해했다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바일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를 ITC에 요청했다. 애플의 제품 대부분은 중국 대만 등 미국 바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ITC는 이날 예비판정문에서 애플이 미국 관세법 제337조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조항은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미국의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을 침해했을 경우 이를 불공정무역행위로 간주해 수입금지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다.

○삼성 “최종 결정서 승리 확신”

ITC는 이날 예비 판정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제소를 기각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 부분에 포함된 영업비밀 사항을 양측이 삭제하도록 하는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지식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삼성전자의 특허가 유효하지 않거나, 유효하더라도 애플이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거나, 애플이 침해했더라도 부품 회사가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 특허권이 소진됐다고 ITC가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TC는 사법부가 아닌 미국 행정부 소속이다. 이번 판정은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전에 대해 내린 첫 판단인 셈이다. 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이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내놓은 데 이어 IT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제소에 대한 최종 판정은 내년 1월께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ITC가 최종 결정에서는 삼성의 특허권리를 인정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패소한 측은 판정 결과에 대해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고할 수 있다. 그러나 예비 판정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적고 ITC 판결이 항소법원에서 파기되는 사례도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7월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맞제소했다. 이에 대한 예비 판정은 내달 나올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