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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인터뷰] "30년 노동운동 교섭경험 살려 '노사분쟁' 조정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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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된 오길성 前민노총 수석부위원장

    중학교 마치고 무작정 상경
    양화점 들어가 기술 습득 '올인'
    부당해고 항의하며 노동운동 시작

    현장 경험 살리려 공직 지원
    노조 지나친 정치 활동 '득보다 실'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배려 아쉬워

    < 대담/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

    ‘단결 투쟁’을 외치던 그가 이제는 ‘단결 노사’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58) 얘기다. 삶의 절반인 30여년을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그는 지난달 서울지노위 상임위원(별정직 2급)에 임명됐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제외하곤 민노총 출신 공직자 중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것이다.

    지노위 상임위원의 역할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파업하기 전에 합의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이론을 겸비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그의 학력은 중졸이 전부다. ‘배우지 못한 한(恨)’을 풀겠다며 뒤늦게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중졸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세상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는 “대학만 바라보지 말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14일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집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말투는 차분했고 두서없이 얘기하는 법이 없었다. 숱한 분규의 현장을 목격한 그에게서 노동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묻어났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노동현장에 뛰어든 사정이 있습니까.

    “전북 고창에서 대장간을 운영하셨던 아버님이 제가 여덟 살 때 폐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농사 짓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땅도 없었고 이후에는 딱히 수입이 없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생계거리를 찾아야겠다 싶어서 어머니, 누나, 형, 동생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을 택한 이유는 당시 서울로 취직해서 나갔다가 명절 때 고향에 오는 동네 사람들이 많아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올라와 사당동에서 단칸 셋방을 구했어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견습을 구한다는 양화점 벽보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3년 동안 견습생활을 한 뒤 ‘선생(기술자)’이 돼 좀 나은 생활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또래를 보면 부러운 생각도 들었을 텐데요.

    “빨리 기술을 배워 ‘선생’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부러워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했습니다. 저를 가르치던 선생이 기술을 빨리 안 가르쳐주려고 해서 어깨너머로 배우느라 고생깨나 했습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어떻게 하면 기술을 빨리 익힐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선생이 된 이후에도 학력 때문에 일을 못하거나 자괴감이 든 적은 없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해외에 10여차례 나갔지만 불편을 느낀 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 나라의 노조 관계자나 공무원을 만나며 노사문제를 공부했습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노동자당(PT) 당수였던 시절에 만나서 면담하고 어깨동무 사진을 찍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대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졸 이상’으로 채용공고를 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결혼 등을 하는 데 학력을 따집니다. 그래서 대학을 가려고 하는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학력 제한을 철폐한 ‘열린고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회사들도 고졸채용을 많이 합니다. 학력보다는 사람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그런 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교를 갓 졸업하면 불안감 때문에 대학에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말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한 분야에서 ‘달인’이 되면 일이 술술 풀립니다. 저도 노동운동 한 길을 팠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왔다고 봅니다. 대학만 바라보지 말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이걸로 승부를 걸겠다, 내 인생과 나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마음을 갖고 도전하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

    ▷노동운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원래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라이프제화에 입사하기 전에 반도상사(현 LG패션)에서 일했는데 당시에도 노조가 있었지만 거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진 건 라이프제화에서 일하던 1984년입니다. 회사가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는 상여금을 주지 않아 근로자들이 아침 조회를 거부하는 등 단체행동을 했습니다. 농성을 했던 것도 아니고 소극적 항의의 표시였는데 회사가 후배 근로자 세 명을 주동자로 찍어 해고했습니다. 너무한다 싶어서 성남YMCA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하고 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결국 노동부가 조정을 해 복직시켰고 이 일을 계기로 회사에 노조가 처음 생겼습니다. 이곳에서 위원장을 맡으며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민노총은 고용부에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2009년 이석행 당시 민노총 위원장 집행부가 내부인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총사퇴했습니다. 당시 저는 민노총 고용안정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저도 이 전 위원장이 임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함께 사퇴했습니다. 때마침 고용부가 교섭협력관 제도를 만들어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교섭협력관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보니까 제가 주로 해왔던 노사관계 조정을 하길래 저에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민노총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오랜 교섭 경험을 사장시키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국가와 노동계 등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정치권에서도 노동문제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겁니까.

    “불안정한 노동시장 환경 탓이 큽니다. 용역, 비정규직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당하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정치권이 해법을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양대 노총이 정당정치에 직접 간여하고 있습니다. 정치 과잉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노조는 순수한 대중조직입니다. 정치적인 활동은 정당이나 정치적 사회단체 같은 정치조직이 하는 것입니다. 노동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때도 있는데 한국은 기존 정당이 그걸 해주지 못했던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 정치적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해 추진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대중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당이 못하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의 역할을 과도하게 규정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노동계에 걸리는 하중이 너무 큽니다. 정치권과 일정 부분 역할분담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운동을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임단협을 하다 보면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근로자(비정규직 겸 비조합원)’에 대한 걸 요구사안에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과물을 보면 아직까지도 ‘조직된 노동자(정규직 노조원)’의 성과에 치중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기업이 그런 요구사안을 받아들이기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노조도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조직돼 있는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만 합의서에 찍힙니다. 우리사회는 기업의 사회적책임만 강조하는데 노조에도 사회적책임이 있습니다. 조직돼 있지 않은 더 많은 근로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노사교섭으로 임금 5% 인상에 합의하면 ‘우리는 4%만 올릴 테니까 1%는 우리 회사와 관계 있는 용역, 비정규직 임금으로 해달라’는 식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근로자 다수가 우리 국민인 만큼 국민의 이해를 담아서 문제를 풀었으면 합니다.”

    정리=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 오길성 위원은

    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약 30년을 민주노총 등에 몸담았던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넉넉지 못했던 가정형편 탓에 1970년 전북 고창중을 졸업하자마자 양화점(洋靴店)에 취직했다. 신발 만드는 기술을 배워 1980년에는 당시 대기업 계열사였던 ‘라이프제화’로 직장을 옮겼다. 이곳에서 1984년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공직과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고용노동부가 교섭협력관(별정직 4급)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원서를 내 채용됐다. 지난달에는 서울지노위 상임위원(별정직 2급)으로 임명됐다. 고용부는 “교섭협력관으로 일할 때 치우침 없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분쟁해결을 지원했다”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탁월한 노동분쟁 해결 역량이 검증됐다”고 전했다.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1970년 고창중 졸업 △1984년 라이프제화노동조합 위원장 △1992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1997년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04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2009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교섭협력관

    ■ 노동위원회

    노사공(勞社公) 3자로 구성된 준사법 기관이다. 노사분쟁 조정과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판정을 주업무로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를 총괄기관으로 전국에 12개의 지방노동위원회가 있다. 지노위 상임위원은 중앙노동위원장의 추천과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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