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발판 마련…手작업 고집
다음달 5일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3층에 입점하는 주얼리 브랜드 ‘무슈(Mouche)’의 이기쁨 대표(32·사진)는 16일 “고등학생 때 용돈이 생기면 곧장 동대문으로 달려가 직접 재료를 사다가 머리핀을 만들어 차고 다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옷이나 가방 등 다른 패션영역에는 관심이 없지만 주얼리 재료들만 보면 너무 재미있고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한 건 2003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스웨덴 H&M에 주얼리를 납품하는 유미무역에 입사하면서다. 3년 동안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한 뒤 미국 뉴욕주립패션공과대에서 1년 동안 주얼리 디자인 과정을 수료한 게 경력의 전부다.
2007년 한국에 돌아와 무슈를 론칭했고, 위즈위드 텐바이텐 등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압구정동의 패션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백화점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이 주최한 ‘제1회 패션 브랜드 공모전’에서 액세서리 부문 1위로 뽑혀서다.
프랑스어로 ‘파리(fly)’의 다른 표현인 무슈는 바로크 시대 여성들이 입술 옆에 찍던 애교점을 의미한다.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부터 심플한 주얼리, 바랜 듯한 빈티지 라인 등 이 대표의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한 부품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완성품이 탄생하는 ‘커스텀 주얼리’지만 가격대는 귀걸이 1만~3만원대, 목걸이 2만~7만원대가 주력이다. 비싼 원석으로 만든 제품은 귀걸이 12만원대, 목걸이 15만~20만원대까지도 나온다.
롯데백화점 브랜드 공모전에 도전장을 내민 수십개의 주얼리 브랜드 중 유일하게 뽑힌 비결을 묻자 이 대표는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상품을 계속 만들 수 있는 자본금 등 안정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2007년 시작한 이 브랜드는 연매출 1억5000만~2억원을 올리는 ‘강소 브랜드’다. 이 대표를 포함한 무슈의 직원은 총 3명뿐. 이 대표는 “영플라자에 입점하면 아무래도 혼자 디자인하기엔 힘에 부칠 것 같아 (10년 전 자신처럼)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꿈은 “한국의 ‘커스텀 주얼리’ 1세대로서 한국인의 손재주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도 유통업체들의 입점 요청이 여러 군데서 들어오고 있다”며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등 화려한 주얼리를 좋아하는 나라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규모 유통망을 가진 백화점 판로를 연 것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라며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값싼 주얼리를 내놓고 있지만 무슈는 끝까지 수작업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