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여름에 부산으로 피서를 가서 해운대 같은 해수욕장에서만 놀다 오면 그곳만 안다. 이에 비해 해수욕장에 갔다가 자갈치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과 부산 사람들이 즐겨찾는 맛집, 소문난 골목과 거리, 야경 등을 보고 나면 부산과 부산 사람들을 좀 더 알게 된다.

○해안절벽 끼고 걷는 해안볼레길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부산에는 갈맷길이 있다. 갈맷길은 부산시가 조성한 ‘걷는 길’로 ‘부산 갈매기'(부산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두 9개 코스, 20개 구간으로 구성된 700리 길이다.

그중 4코스는 남항대교에서 낙동강하굿둑을 잇는 36.3㎞로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사이의 송도해안 볼레길이 절경이다. 900m에 불과한 짧은 코스지만 해수욕장을 벗어나 볼레길 코스에 접어들자 풍경이 확 달라진다. 갯바위 돌틈에 철제구조물로 다리를 세우고 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갈매기들이나 날아다녔을 해안 절벽을 유유히 걷노라니 여유가 절로 생긴다.

바다 위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화물선들이 떠 있고, 가파른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시간을 낚고 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대도시 빌딩숲이 생경하다. 바다와 낚시와 빌딩이 한 장의 그림에 들어 있다니…. 부산이니까 가능한 풍경이다. 볼레길 일대의 암석도 특이하다. 보라색, 노란색 바위들이 뒤섞여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철제 계단을 오르고 흔들다리를 건너 오르락내리락하기를 20분여. 땀이 날 틈도 없이 볼레길은 끝났지만 풍경이 주는 인상은 오래 남았다.

○맛과 이야기 넘치는 시티투어

점심을 먹으러 자갈치시장으로 간다. 1920년대부터 형성된 자갈치 시장은 국내 최대 수산물시장이다. 장터에 자갈이 많고 갈치가 많이 유통돼 자갈치 시장이라고 했다는데, 지금은 자갈은 없고 갈치를 비롯한 온갖 생선만 많다. 신식 빌딩 안의 수산물 시장 대신 길가에 펴놓은 재래식 노점을 보며 시장 구경을 하다보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생선 굽는 냄새다. 가게 앞의 대형 구이판 위에서 여러 종류의 생선을 기름에 굽고 있다. 그중 한 집에 들어가 생선모듬구이를 시키니 가자미, 갈치, 서대, 고등어, 불볼락(긴따로), 민어조기 등 5가지 생선이 푸짐하게 나온다. 생선모듬구이 대(大)는 3만5000원, 중(中)은 2만5000원, 소(小)는 1만7000원. 큰 걸 시키니 4명이 먹고도 남는다.

○세계인 몰려드는 축제의 도시

부산은 축제의 도시다. 다음달 4~13일 열리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어 다음달 26~27일에는 검은 바다 위로 부서지는 불꽃의 향연인 ‘부산세계불꽃축제’가 항구의 밤을 수놓는다. 불꽃축제는 올해로 8회째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축제다. 첫날인 2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K-POP 콘서트’를 시작으로 27일엔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대에서 불꽃 퍼레이드와 음악회, 축제 하이라이트인 ‘부산멀티불꽃쇼’를 펼친다. 식후 행사로 불꽃 거리공연도 진행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