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아이앤컴바인 대표(26)는 지난해 6월 수학스터디 서비스 '바풀(바로풀기)'을 창업해 2011년 11월 여성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올 4월엔 벤처기업협회 선도벤처 연계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민희 대표가 어린나이에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중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리더십을 발휘해온 성장과정이 일조했다. 중학교 때부터 그 흔한 과외수업 한번 받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논술학원을 꾸준히 다녔던 이 대표는 토론 동아리 등의 연맹을 만들어 여러 활동을 해왔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이 대표에게 대기업 입사를 권했다. "너가 지금 알고 있는 게 회사 생활의 전부가 아니니 큰 회사에서 일을 배워보라는 것."
사회 경험을 쌓으려고 입사한 삼성테스코. 그러나 대기업 조직구조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아울러 입사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을 그 누군가의 자리를 뺏은 느낌이 든 순간 과감하게 사직서를 냈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울산에 있는 중학생 동생에게 컴퓨터 메신저를 이용해 수학 문제를 풀어주다 사업 아이템이 번쩍 떠올랐다.
메신저로 수식은 풀어줘도 도형이나 그래프가 들어간 문제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이 대표는 동생을 위해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개인 사이트에 올렸다. 이것이 수학 스터디 서비스 ‘바풀’ 창업의 계기가 됐다.
1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단 2명이 창업한 바풀은 이달 7일 아이폰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직원수도 8명으로 늘어났다.
'바풀'은 누구나 웹, 스마트폰으로 수학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 QnA기반 소셜 플랫폼이다. 국내 최초 Study Networking Service(SNS)다.
"현재 수익모델은 수학풀이 프랜차이즈 앱을 분양하는 것이죠."
실제 인기 학원 강사와 중고등학교와 제휴를 맺고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바풀'에서 수학문제를 묻거나 답하는 것은 모두 무료다.
누구나 자신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바풀에 올리고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일부러 자신의 시간을 내서 바풀 문의에 답을 해주고 있을까.
'바풀' 내에 답변을 달아주는 직원은 없다.
이 대표는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답변을 해주고 있어요. 문제집을 돈주고 사느니 남들 모르는 문제만 모아놓은 바풀에서 문제를 공짜로 풀자 이렇게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부족했던 문제를 골라서 풀수 있으니 공짜 문제집을 얻는 셈이죠"라고 답했다.
이 대표의 좌우명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걸 창조하라'. 아직 20대 중반 풋내기 CEO지만 미래에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CEO 50'에 드는 꿈을 갖고 있다.
바풀 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매출 3억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문제에 대한 답변은 무료로, 동영상은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맞춤형 소셜문제집도 구상중이다.
바풀에는 수리영역 문제집 저자는 물론 지역내 수학 1등이었던 프로그래머 등 수학에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모여있다.
세계 최대 스터디 네트워크를 목표로 밤낮없이 씨름하고 있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불과 28세.
"우리 나라 수학과정 전체가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는것 아세요? 수학의 정석은 일본의 문제집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일본의 학원문화도 우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일본 수학 학원시장을 조사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볼까 구상중이에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중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이르는 말) 비율은 60%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민희 대표는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건 조금만 잘하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말과 같죠. 수학은 포기하는 순간 아무것도 안돼요. 절대 손을 놓아서는 안되는 과목이죠. 수학을 잘하려면 자기 수준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해요.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낑낑대기 보다는 자신이 풀수 있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다보면 어느새 수학에 대한 자신을을 가질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