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 경찰과 두뇌게임?…다 찌질이일 뿐"
김휘 감독(43·사진)의 데뷔 영화 ‘이웃사람’이 지난달 22일 개봉 후 관객몰이에 성공해 14일 현재 236만명을 기록했다. 강풀의 웹툰(인터넷 만화) 원작을 옮긴 영화 중 최고의 관객동원 기록이다. 투자배급사 측은 40억원 규모의 흥행 수익을 거두게 됐다.

"살인범이 경찰과 두뇌게임?…다 찌질이일 뿐"
일등 공신은 김 감독이다. ‘해운대’ ‘1번가의 기적’ ‘하모니’ ‘댄싱퀸’ 등 흥행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작가였지만 이번에 감독으로 변신해 성공했다. 김 감독은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일찌감치 드러낸 뒤 이웃 사람들이 그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추적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신인 감독들의 목표인 손익분기점(140만명)을 넘겼습니다. 강풀 작가의 힘이 컸습니다. 인터넷에서 원작 만화를 본 많은 웹툰 이용자들이 영화를 봤습니다. 웹툰의 파괴력이 예전보다 훨씬 커진 게 분명합니다.”

김성균이 연기한 연쇄살인범에 대해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그는 이웃에 사는 조폭에게 매를 맞고 굽신거리면서 아이들에게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중적인 인간형이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연쇄살인범을 묘사한 것이다.

“연쇄살인범을 천부적인 재능으로 표현한 영화가 많았어요. 철학이나 종교적인 성향을 기반으로 경찰과 두뇌게임을 벌이는 사람 말이죠. 하지만 경찰의 사건 목록을 조사해보면 연쇄살인범은 저급한 인간들이에요. 너무나 찌질하고 비열해요. 약자에게만 강하죠. 그들은 심리적인 장애자예요.”

연쇄살인범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며 저항 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연쇄살인범들은 게을러요. 처음엔 증거 인멸을 잘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집이나 차에 증거를 방치합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면을 보여주니까 관객들이 수긍하는 겁니다. 연극 무대 출신인 김성균은 몰입하는 타입이라 ‘컷’ 소리와 함께 살인범에서 정상인으로 돌아올 때 손을 덜덜 떨더군요. 아이들이 이렇게 가볍고 방어 능력이 없는 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어요.”

연쇄살인범을 매질하는 조폭 역의 마동석도 인기다. 마동석은 이 동네의 절대권력이다. 장애인이 아니면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그는 연쇄살인범을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통쾌함을 준다.

“마동석에 대해 관객들의 호응이 이토록 클 줄 몰랐어요. 마동석한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더군요. 그는 원래 제거해야 할 악인데 조금 더 나쁜 악당을 폭력으로 제압하니까 박수가 터지는 거지요. 그가 연쇄살인범과 대결하지 않는다면 웃을 수만은 없는 인물이에요. 아이러니죠.”

살해된 의붓딸과 새엄마(김윤진) 사이의 관계가 이 영화의 묘미를 더해준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연민이 관객들의 눈물을 끌어낸다.

“김윤진의 연기가 압권이죠. 소심한 성격으로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한 새엄마와 의붓딸이 살해된 뒤에야 비로소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관계를 맺으니까요.”

1997년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에서 일하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2005년 입사한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의 콘텐츠 개발실장으로 ‘해운대’ ‘댄싱퀸’ 등 흥행작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사연을 물었다.

“시나리오 작가는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갈 수 없어요. 고료가 너무 적으니까요.저는 원래 감독 지망생이었는데, 때마침 기회를 얻은 거죠.”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