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삼성전자 현저히 저평가…애플 시총 40%이상 갈 것"
자문업계 1위에서 자산운용사로 변신한 브레인자산운용의 박건영 대표(45·사진)는 ‘자문사 7공주(기아차·LG화학·삼성테크윈·하이닉스·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의 주도주를 만들어 내며 한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 대표는 최근엔 입만 열었다 하면 삼성전자를 추천한다. “사업구조상 애플 시가총액의 40% 이상이 돼야 정상인데 현재는 27% 정도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류를 기반으로 성장세가 뛰어난 서비스업종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증시와 관련해서는 “지난 10여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이 풀려 있어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거품으로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는.

“삼성전자 주가 수준은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의 영역에 있다. 현 주가에는 지난 악재들이 모두 반영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휴대폰에서 나온다. 업황이 최악인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다른 사업의 이익이 조금만 개선돼도 주가 상승폭은 더 클 수 있다. 내년에도 휴대폰 사업 호조로 분기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수가 1950선까지 올랐는데.

“당분간 유럽 문제로 인한 ‘블랙스완(극심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경제 지표가 개선되거나 기업 이익이 좋아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다. 순전히 유동성에 따른 것이라 지수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모르겠다.”

▷추가 랠리 가능성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해본 수준의 자금이 글로벌 시장에 풀려 있다. 그러다보니 돈의 가치가 극도로 절하돼 자금이 갈 곳을 잃고, 주식으로 들어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과거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잣대로 현 주가를 평가하면 안 된다. 어마어마한 유동성에 의해 기업 주가가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에 주목하는 종목은.

“지난 10여년간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주로 제조업 주식만 투자해왔다. 올 들어 투자 시각이 바뀌었다. 서비스업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큰 금융, 유통, 통신보다는 ‘한류’와 관련된 콘텐츠 기업, 면세점, 카지노업종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과거 매출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에 추가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제조업종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래서 미래 이익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5일 헤지펀드 운용 인가를 받았는데.

“오는 22일께 8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3명의 매니저가 운용한다. 롱쇼트 전략을 주로 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 자체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에 넣어 이자를 받다가 시장의 방향이 보일 때 투자할 계획이다. 연 8%대 수익을 추구한다.”

글=안상미 기자/사진=정동헌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