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11일 오전 6시46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공개(IPO)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조(兆) 단위 대어(大魚)들이 속속 상장 준비를 하고 있고 내년 상장을 타진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시총 1조 이상 빅딜 올해 첫 등장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공모 작업을 준비 중이다. 희망공모가는 1만6000~2만원 선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조2000억~1조5000억원이다.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빅딜’은 올 들어 CJ헬로비전이 처음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1호인 휴비스가 시가총액 4000억원, 공모 규모 2000억원으로 올 들어 지금까지 최대 IPO로 꼽힐 정도로 공모시장은 위축됐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다가서는 등 증시가 조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IPO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 포스코특수강과 함께 올해 ‘IPO 트로이카’로 꼽히는 LG실트론은 지난 6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 시기를 열어두고 적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 규모 5000억원대인 포스코특수강은 이달 말께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나오면 연내 본격적인 공모절차를 밟게 된다.

◆“내년엔 IPO 큰 장 열릴 가능성”

내년은 정치권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올해 미뤄진 공모 수요가 합쳐져 큰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SK루브리컨츠는 해외 기업과의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하는 방안과 상장하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IB업계에선 조만간 SK루브리컨츠가 내년 상장계획을 확정하고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분 42.4%를 투자한 현대로템도 관심이다. 내년 로템 투자 7년째가 되는 모건스탠리는 현대자동차 측에 현대로템의 상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계열 중에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25%를 갖고 있는 현대엠코 역시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상장 계열이 많은 롯데그룹의 경우 IB들의 관심이 높다. 롯데카드와 롯데홈쇼핑, 롯데리아 등 롯데 비상장 계열사 1곳 정도가 내년에 상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금이 많기로 유명해 IPO 수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왔다. 하지만 최근 하이마트 인수, 해외 진출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자회사 상장을 통해 일부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다.

인수·합병(M&A)과 발전사업 투자 자금이 필요한 동부그룹에선 동부메탈과 동부한농이 IPO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에너지, STX에너지, STX중공업도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IB들은 현대로지스틱스 KT렌탈 CJ푸드빌 삼성석유화학 한국실리콘 여천NCC BGF리테일(보광훼미리마트) LGCNS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내년 상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꼽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이 계속 부진하다면 IPO 냉각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