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 원칙론 vs 정치적부담 현실론' 고민
檢, 민주 대선후보 확정 전에 사건 털고 갈 듯

검찰이 10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이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신병처리 방향을 어떻게 결론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 수사와 관련해 "법리와 (과거) 사례, 몇 가지 세부사항을 더 확인하고 있다.

그 부분을 보강하면 신병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007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3천만원, 2008년 목포의 한 호텔 부근에서 2천만원 등 모두 5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0년 6월 목포 사무실에서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원지검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가 잘 마무리되게 힘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고, 임건우 보해양조 전 회장에게서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 연기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수수 총액은 1억1천만원인데 이중 5천만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나머지 6천만원은 알선수뢰 혐의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정두언 의원에게는 총액 4억4천만원 가운데 4억3천만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1천만원만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박 대표의 경우 정 의원보다 수수 총액은 적지만 대가성이 있는 수뢰액수는 훨씬 많고 가벌성이 큰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수뢰액이 3천만원을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알선수뢰죄의 경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받았을 때 성립한다.

특히 정치자금ㆍ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뤄진 금품수수라도 정치인인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 데 대한 대가성이 있다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반면 박 대표 측은 "수뢰가 되려면 영향력을 직접 미칠 수 있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데 국회 법사위원은 저축은행 관련 공무에 영향력을 끼칠 지위나 위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통상 죄질과 처벌 수위도 알선수재보다 알선수뢰 혐의가 더 무겁다.

알선수재는 누구나 적용될 수 있지만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라는 전제가 깔린다.

검찰은 똑같이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았어도 정 의원이 편의 도모나 중개 역할을 한 정도로 보는 데 비해 박 대표는 의정활동을 통해 직무권한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가법상 알선수뢰는 수수액에 따라 5년 이상, 7년 이상,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된다.

알선수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두고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수뢰액수나 금품의 성격, 전례를 보면 영장 청구기준에 부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현영희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음에도 법원에서 기각된 것도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정 의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을 거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시각도 있다.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 수사도 박 대표의 신병처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검찰은 양경숙 라디오21 편성본부장의 송금 내역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무튼 검찰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박 대표와 이석현 민주당 의원 등 남은 정치인들에 대한 처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일정상 대검 중수부가 더 이상 정치적 사건에 손을 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정치의 계절'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중립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오는 23일 이전까지는 모든 수사를 털어내고 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 의원과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이 함께 받은 3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도 대선자금 유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와 관련, "대질도 한 번 했고 참고인 조사는 계속 했다"며 "3억원 관련된 부분은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