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폭등에도 평년 가격 유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로 중간 마진 없애

2010년 배추값이 포기당 1만5000~2만 원까지 치솟았을 때 평년 가격인 2000원에 공급한 곳이 있다. 이곳은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현재 회원 30만 가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조합이 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주인공이다. 올 7~8월 고온과 가뭄, 대형 태풍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살림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장동 천호대로에 위치한 한살림 광나루점. 59m²(약 18평) 규모의 매장 안이 고객들로 붐볐다. 하루 평균 방문 고객만 200명이 넘는다. 점포 인근 500~600m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마트도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살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모든 제품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임에도 시중 판매가격보다 저렴한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광나루점 매장에선 최근 가격이 급등한 상추(200g)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한 전국 평균 가격(4560원)의 3분의1 수준인 1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양배추(1통)는 평균가보다 1100원 가량 저렴한 2200원, 가시오이(2개)는 약 800원 싼 1500원이다. 기존 대형마트의 판매가격보다 20%가량 싸다.

8개월된 자녀가 있는 주부 양현숙 씨는 최근 이마트를 끊고 한살림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아기 이유식거리를 유기농 제품으로 구입하기 위해 한살림을 찾은 후 지금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모두 여기서 사고 있다" 며 "유기농 상품은 비쌀 것이란 생각과 달리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살림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 매출이 평균 16~17%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32개 매장에서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살림 측은 올해도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황 여파로 3개월 연속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86년 쌀집으로 시작한 한살림은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2008년 창립 20년 만에 회원 수 20만 가구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말 회원 30만 가구를 돌파했다. 한살림은 현재 전국 20여개 지역에서 132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필품 등 1500가지에 달한다.

한살림의 경쟁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에서 나온다. 기존 대형마트의 경우 도매상 등 중간유통업자가 있지만 이 조합은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마진을 없앴다.

또 전국 2000여명의 생산자와 해마다 사전 계약을 맺는다. 미리 생산량을 계획한 뒤 지역 생협이 책임지고 소비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박제성 한살림 사무국장은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소비자인 조합원들이 생산 및 유통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진다" 며 "'사전계약'을 통해 평년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원짜리 상품을 팔면 76원은 생산자가 물품대금으로, 24원은 한살림이 운영비로 가져가는 구조" 라며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조직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이 일반 유통업체와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한살림을 이용하려면 조합원 가입을 해야 한다. 가입 희망자는 한살림 홈페이지 등에서 간단한 서식을 작성하고 가입비 3만원을 내면 된다. 매장은 평일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일요일 휴무. 대표전화 1661-0800

국내 3대 생협은 한살림·아이쿱·두레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대 생협의 회원 수는 총 56만 가구다. 전체 매출은 6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