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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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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부-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 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바쁜 일상.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다 때로 문득 하늘 올려다보면, 머리 위에 파란 하늘 있었구나 새삼 느낍니다. 잊고 있던 옛 애인 본 것처럼 가슴은 뜨거워집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얼굴에 미소 한번 띄우면, 수십 초쯤 지났을 뿐인데 세상이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뛰어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괜스레 눈이 붉어집니다. 엄마와 손잡고 뒤뚱뒤뚱 걷는 아이들의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저녁장을 보고 돌아오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습니다. 젊은이들이 들고 있는 꽃송이도 단순한 꽃이 아닌 생명의 결정체인 듯합니다. ‘아주머니 밤 보따리 안’의 파와 젊은이가 들고 있는 장미, 그리고 아이가 부- 부- 불고 있는 플라스틱 악기. 모두 아름다워 시들지 않는, 삶 아닐까요.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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