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의 묘수' 성공 3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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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인, 엄격한 재정긴축 이행
(2) 獨 헌재, 12일 ESM 합헌 결정
(3) 바이트만 '무제한 매입'에 협조
(2) 獨 헌재, 12일 ESM 합헌 결정
(3) 바이트만 '무제한 매입'에 협조
‘Hello! big buy(반갑다! 국채 대량 매입).’
지난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단기 국채 매입 발표에 대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제목처럼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스페인의 IBEX지수가 4.91% 급등하는 등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다우지수도 1.87% 올랐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연 5.98%를 기록, 지난 5월 이후 3개월여 만에 6%대 이하로 하락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이제 정말 안정되는 걸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드라기의 줄타기
ECB는 국채 매입을 통해 스페인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원금만큼 유동성을 흡수하는 불태화(통화량 증가 가능성 차단)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독일이 제기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ECB는 국채 매입 시기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ECB는 또 국채 매입에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긴축 약속을 이행해야 국채 매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긴축재정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스페인 정부는 전면 구제금융 신청과 추가 긴축을 최대한 피하려 하지만 구제금융의 실탄을 대는 독일은 최대한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국채 매입에는) 효과적이고 엄격한 조건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 관계자는 “명확한 조건이 나오기 전에는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줄다리기를 했다.
○독일 헌재 결정과 네덜란드 총선
이번 국채 매입으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는 거의 없다. 위기국의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불태화 조치로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는 데다 매입 국채도 3년채 이하에 한정돼 자금이 시중에 흘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은 유로존 국가들이 지난 6월 합의한 유로안정화기구(ESM) 가동에 달렸다. ECB로부터 자금을 빌려 위기국 국채를 직접 매입하고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등 돈을 풀 수 있어서다.
오는 12일이 관건이다. 이날 독일 헌법재판소는 ESM 설립과 독일의 참여에 대한 합헌 여부를 판단한다. 같은 날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ESM 설립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제1당이 될지 결정된다. ESM 출자금 7000억유로 중 독일은 1900억유로, 네덜란드는 400억유로를 낼 예정이다.
○정말 ‘무제한’일까
국채 매입의 불태화 조치는 ECB가 시중 은행에 통화안정증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흐름만 놓고 보면 통화안정증권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독일 등 북유럽국 민간 은행의 돈이 재정위기국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들 국가가 통화안정증권 매입을 꺼리면 ECB의 위기국 국채 매입 시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의 발표 직후 국채 매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계속 사모으고 있는 ECB가 어느 정도까지 부실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금 600억유로인 ECB가 현재 2200억유로의 부채를 지고 있다”며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ECB가 부실화되면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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