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자, 살 빼기보다 위 수술이 더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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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헬스
‘고도비만’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고도비만 유병률은 1998년 0.17%에서 2010년 1.63%로 9.5배, 30대는 0.18%에서 1.01%로 5.6배 증가하는 등 젊은 층의 고도비만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키(m)²) 3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과연 고도비만을 혹독한 다이어트 등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도 저도 안 되면 차라리 수술받는 게 낫다’는 것이 의료계의 견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고도비만 환자 수술과 비수술 요법 간 경제성 분석 결과’를 통해 “수술 치료가 비수술에 비해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며, 삶의 질 개선 효과도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음식이 가는 길을 바꿔주면
고도비만 수술법은 위 우회술, 위 밴드술, 위 절제술 등 세 가지가 있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개인적 선호에 따라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보통이다.
위 우회술은 음식물이 내려가는 경로를 아예 바꾸는 것이다. 음식물은 원래 위→십이지장→소장으로 가야 하는데, 십이지장을 생략하고 바로 소장으로 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위를 나눠 윗부분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소장을 끌어올려 붙이는 방식이다. 남은 위와, 여기에 붙어 있는 소장으로는 음식이 지나가지 않는다. 먹는 양과 영양분 흡수 두 가지를 동시에 줄이는 것이다. 위암 절제술보다도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로 통한다. 또 고도비만 수술법 가운데 가장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우회술·절제술 350건 이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교수는 “음식이 내려가는 길이 바뀌면 호르몬의 분비 구조도 바뀌며, 특히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당뇨 완치율을 높이는 등 고도비만 합병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120~130㎏이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우회술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단 지병이 있어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겐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위 밴드술은 위와 식도가 이어지는 위의 최상부를 의료용 실리콘 밴드로 묶어 포만감을 빨리 느끼도록 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조민영 365mc 비만클리닉 36.5 위밴드수술센터 원장은 “고도비만은 폭식을 유발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인 지방 세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약물이나 운동 등 보통 다이어트요법은 오히려 지방세포를 자극해 요요현상(체중이 줄었다 다시 불어나는 현상)이 쉽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 꾸준히 체중 감량을 하려면 위 밴드수술이 적절하며 수술 후 1~2년 사이 2형 당뇨,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등이 상당 부분 호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 수술은 한번 밴드를 착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마다 조이는 정도 등을 조절해야 한다.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식습관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량을 먹는 습관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편 위 절제술은 위의 일부분을 절개해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위 밴드술과 위 절제술은 음식이 내려가는 경로는 변함이 없고 섭취량만을 줄인다.
◆수술 효과 속속 드러나…외국선 보편화
미국 영국 브라질 등에선 비수술 요법으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고도비만환자에게 수술 치료를 적극 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8년 한 해 22만여명이 수술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3년 125건에서 2009년 778건으로 절대 건수가 많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08~2011년 2월 8개 3차 병원의 고도비만수술 환자 261명(수술군)과 비수술치료만을 받은 고도비만자 224명(비수술군)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군은 체중 감소율이 22.6%에 달했으나 비수술군은 6.7%에 그쳤다. 수술군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합병증 개선 정도(혈액 혈압 등 검사에서 정상치를 유지하는 경우)도 뚜렷했다. 당뇨는 57.1%(수술군) 대 9.5%(비수술군), 고혈압은 47.1% 대 19.8%, 고지혈증은 83.9% 대 23.6%로 조사됐다.
‘삶의 질 개선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도 수술군에서 ‘개선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권진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만 치료를 위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이 무분별하게 상업적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가 체계적인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세 수술은 모두 건강보험 비급여 질환이라 수술비 부담이 700만~1000만원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김용진 교수는 “당장은 비쌀지 몰라도 고도비만을 안고 살아가다 당뇨 허리통증 등 연관 질환으로 치러야 할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며 “초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40~50% 정도 보험 혜택을 부여하자고 관련 기관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도비만
체질량지수(BMI=몸무게/키의 제곱) 30~35㎏/㎡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체질량지수는 근육과 지방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으나, 비만을 정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