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당신은 어떤 책을 읽었습니까"
“은행에서 제시한 신입행원 지원서 작성포맷에 들어가면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도끼다》 등 28권의 책이 나옵니다. 이 중 자신이 읽은 것을 체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통섭형 인재로서의 자질을 1차 판가름합니다. 네이버에 나온 요약본을 한번 본 뒤 읽었다고 체크했다가는 면접 때 큰 망신을 당합니다. 그런 경우는 불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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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철 KB국민은행 인사팀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잡콘서트에서 통섭형 인재의 선발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가 읽은 인문 분야 도서 10권의 목록을 입사 지원서에 쓰도록 하고, 면접 때 책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지원자들끼리도 책 내용을 갖고 토론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통섭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취지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각종 자격증과 인턴활동, 해외연수 등 이른바 정형화된 ‘스펙’ 대신 통합형 인재를 뽑기 위한 채용방식을 처음 도입,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큰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민은행 인사팀을 초청, 달라진 채용방식에 대해 처음 설명회를 열었다.

○인문학 지식과 통찰력 갖춘 인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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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팀장은 국민은행이 이번에 내세운 통섭형 인재는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다문화 가정 증가, 고령화 등의 사회구조 변화로 다양한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은행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넓은 범위의 대처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 팀장은 “(제시한 서적은) 참고사항일 뿐 모두 읽으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단 한 권을 읽었더라도 지금까지 인생의 발판이 됐던 소중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면 된다”고 말했다.

가령 케사르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그의 상황 판단 능력이 본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적으면 된다는 것이다. 전 팀장은 “책의 컨셉트를 잡아 본인이 가진 열정을 어떻게 투영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책 설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얻은 가치를 어떻게 국민은행의 기업비전을 달성하는 데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불멸의 이순신》을 읽었다면 ‘이순신의 리더십을 본받아 어떻게 솔선수범해 위기를 겪어 나가고 조직을 리드할 것인가, 조직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적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가장 모범적인 ‘통섭형 인재’”라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는 개성 넘치게”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서류전형 경쟁률은 통상 10 대 1을 넘는다. 해외연수, 인턴십 등 일반적인 스펙으로는 차별화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 팀장은 “대학생들이 취업스터디를 해서 그런지 자소서를 읽다보면 대개 비슷한 유형으로 나뉘어진다”며 “이런 유형의 자소서는 실패한 자소서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자소서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며 “성장과정을 작성할 때도 입사를 위해 어떤 금융 관련 활동을 했는가를 집중적으로 기록하라”고 조언했다.

○“경제신문과 사설을 읽어라”

논술이나 면접시험은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신문과 사설을 정독할 것을 권했다.

전 팀장은 “신문 사설에는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인문학적 요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방법까지 익히면 백점 면접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희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tuxi0123@jobn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