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아마도 공부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반기는 아이들도 있다. 바로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 오지의 아이들이다. 녀석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락이다. 변변한 장난감 한 번 가져본 적 없는 그들에게 공부는 미지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기(神器)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모든 게 다 신기하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저마다 귀를 쫑긋, 호기심 많은 토끼가 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방학이다. 두 달 동안 공부라는 ‘오락’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명세계의 전령인 선생님과 잠시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힘겨운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방학이 싫은 이유다. 개학하기가 무섭게 수십 리 길을 잰걸음으로 달려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마에 이불을 붙들어 매고 땀을 뻘뻘 흘리는 다후아야오족 아이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녀석의 눈앞에는 벌써부터 이야기보따리를 쏟아내는 선생님의 모습이 선하다. 녀석이 외친다. 공부야 놀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