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원에서 억대 연봉 받게 된 삼성女, 비결 물으니…
"2007년 입사할 때 연봉은 3500만 원이었습니다. 대기업 수준과 비슷했죠. 5년 지난 지금 똑같이 3500만 원을 법니다. 단지 월(月)에 찍히는 숫자라는 게 다를 뿐이죠. 비결이요? 빡빡한 일정들로 채워진 이 달력이 비결이죠."

지난 4일 충남대 정심화홀에 모인 2000여명 대학생들의 시선은 아담한 체구의 40대 여성에게 쏠렸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월급 30만 원 도시락 배달원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 컨설턴트로 변신한 인생스토리를 풀어놓은 그녀는 삼성화재 김은영RC(41). 삼성그룹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 시즌 3에서 새롭게 시작한 직원 강사 두 번째 주자다.

그녀는 11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강연을 시작했다. 부모와 남편에 의지해 편하게 살아온 김은영 RC에게 2001년 갑작스럽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 져야 하는 시련이 닥쳐왔다.

"바깥 물정 모르는 주부였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죠. 사람들 시선이 부끄러워 밤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끝에 한 달 30만 원을 버는 도시락 배달을 하게 됐어요. 집에 있을 두 아이만 떠올리며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반전의 계기가 생겼다. 먼 친척의 권유로 한 백화점 1000원 매장에서 일하게 된 것. 매일같이 매장 오픈 3시간 전에 출근해 창고정리부터 시작했고, 성실함으로 조금씩 매출을 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한창 일에 자신감이 붙을 무렵 삶의 태도를 180도 바꾸는 사건이 생겼다. 좀처럼 팔리지 않던 화병을 본사에 반품하려다 본사 상품 구매담당자로부터 "진짜 프로는 잘 팔리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어떤 물건이라도 잘 파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들었다.

고심 끝에 화병에 색 모래를 넣고 조화나 분재를 꽂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했다. '미운 오리' 화병은 손님들의 관심을 끄는 '백조로' 탈바꿈했다. 순식간에 '완판'됐다.

김은영 RC는 "이 일을 계기로 영업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이후 타임세일, 세트판매 등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를 발휘해 매장매출을 월 2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 보험 문외한에서 신데렐라 된 건 '자신감'과 '성실함'

2007년 그녀는 삼성화재 RC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보험 문외한이었던 그녀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1000원 매장의 경험과 쉬지 않고 달리는 성실함이었다.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삼성화재에 입사한 첫날부터 지금까지의 제 일정이 적힌 달력입니다. 주위에선 독하다는 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제 꿈이 있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똑같은 양의 스케줄을 소화했죠"

매일같이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니즈를 읽는 노하우에 영업에 필요한 사소한 것까지 적는 꼼꼼함이 더해져 그녀는 지금 월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보험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성공을 향한 자신의 여정이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제게 성공이라고 얘기하지만, 비어있는 앞으로 제 일정표에 꿈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써나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마다의 빈 일정표에 오년 후, 십년 후 꿈을 그려넣으세요. 거기에서부터 성공이 시작된다고 확신합니다."

김은영RC는 "꿈을 이루기 위해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몸소 부딪치며 배워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하며 학생들로부터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들이 강연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사원, 대리급 직원이 강연자로 나서 생생한 땀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며 "솔직한 인생얘기를 털어놓은 김은영RC의 강연에 많은 청중들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또 다른 강사였던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강연했다. 29년간 삼성전자에서 인사를 담당해온 원 부사장은 "기억에 남는 사람과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