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캐피탈은 설립 5년 만인 1999년 대우그룹 기업개선 대상 계열사로 지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5년 대우캐피탈씨알비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한 아주그룹과 신한은행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지분은 아주산업 69.0%, 신한은행 12.9% 등이다.

아주캐피탈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악화로 한 차례 더 위기를 겪었다. 급격히 감소했던 취급 실적은 이후 서서히 회복됐으며 2010년 한국GM의 할부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하면서 시장 영향력이 크게 증가했다. 대출자산 규모로 업계 2위이며 신차금융 및 중고차금융 부문에서도 현대캐피탈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아주저축은행(옛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해 예수금 조달 및 영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준비과정으로 시너지 창출은 미약한 수준이다.


◆캐피털 업계 대출 성장 제한적

캐피털(할부·리스)업은 수신 기반이 없다.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수요자에게 빌려주는 여신전문회사다.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해 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약점을 갖고 있다.

자동차, 상용차, 기계의 할부 및 리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주택담보 대출 등이 주요 사업이다. 대출과 고객군의 성격이 은행업보다는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성도 역시 높은 산업이다. 국내 캐피털업은 크게 대기업이 대주주로 계열사 물량을 확보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은행계열 회사로 나눌 수 있다.

캐피털사들의 대출 성장은 내수 성장세 둔화, 가계대출 위험 증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할부·리스는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성을 보였으나, PF 대출 분야는 부실채권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10년 이후 상각, 매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하락하긴 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개인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될 위험은 상존한다.

자금조달 분야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돈을 구하는 문제가 캐피털사들의 목줄을 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캐피털사들 스스로도 유동자산 확보, 크레디트 라인 강화, 펀딩 구조 다양화 등의 유동성관리를 강화해오고 있다. 캐피털사들의 자본적정성은 ‘레버리지 규제 도입’ 등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황에 실적 좌우

아주캐피탈은 한국GM 및 쌍용차와 관련한 캐피털 시장 점유율 1위다. 현대기아차 계열의 현대캐피탈이 모기업의 턱을 톡톡히 보고 있는 데 반해, 아주캐피탈은 오랜 업력을 통해 쌓은 영업기반이 만만치 않다.

현대캐피탈에 비해 영업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긴 어렵지만 자동차금융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여오고 있다. 자동차 금융의 신용위험은 가계신용대출 및 PF대출보다 낮아 대출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전체 자산의 84%가량이 자동차 금융자산(신차 비중 62%)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GM 및 쌍용차 등의 내수판매 정도가 영업이익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은 위기요인 중 하나다. 대기업 계열의 캐피털사는 어려울 때일수록 모회사에 의존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이와 달리 아주캐피탈은 순수하게 영업력에만 의존해야 한다. 한국GM과 쌍용차가 얼마나 팔리냐에 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GM과 쌍용차 판매는 다소 증가했으나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정체되는 모습이다. 반기 기준 자동차금융 부문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 시장 정체의 영향으로 향후 영업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건전성 악화에 대한 잠재적 우려

아주캐피탈은 개인부채(개인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등으로 인해 지난 6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이 4.0%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연체율 및 최종 손실률이 낮은 자동차금융 채권이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고,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또한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다.

올 3월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95%로 작년 말 68%에 비해 증가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경기 둔화로 인한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변화 추이에 대한 지속적 관찰은 필요해 보인다.

개인 금융은 대출 포트폴리오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PF대출 비중은 많이 줄어들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관리자산의 1.3%인 467억원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 유동성 보완

2009년 상장에 따른 자본 증가와 대출 성장 둔화로 지난 6월 말 현재 아주캐피탈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5.0%로 양호한 편이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동차금융자산 위주의 자산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 수준의 자본력은 앞으로도 적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배율(관리금융자산/자기자본)은 7.5배로 예정 규제수준인 10배 이하를 충족시키고 있다. 증자 등의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주그룹의 대외신인도와 재무여력 등을 고려할 때 그룹의 지원가능성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 2대 주주인 신한은행의 크레디트 라인 제공 등은 유동성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

아주캐피탈은 기간별로 자산과 부채를 매치시키는 관리능력이 있어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재무융통성도 갖고 있다. ABS 발행비중을 20% 이하로 유지하고 있어 급격한 시장 변화에 따른 유동성 관리 능력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