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OO남, OO녀’라는 말이 유행이다. 지하철에서 다른 승객에게 막말을 하거나 취기에 젖어 추태를 부리기라도 하면 다음날 동영상이 유포돼 곤욕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반면, 유튜브에 기타 연주모습을 올린 뒤 ‘기타 신동’으로 불리게 된 정성하 군처럼 인터넷을 통해 유명인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이나 방송국 같은 크고 권위 있는 기관의 인정을 받지 않더라도, 온라인 세상에서는 유명인이나 실력있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일이 훨씬 쉽다. 온라인 시대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 당연히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 시대의 전문가들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인증하는 변변한 학위나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들이 자격증 취득에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아직 그들의 실력을 평가할 만큼 충분한 검증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온라인 시대의 전문가들은 검증가들의 수준보다 위인, 그 분야 최고인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키워드 가이드’라는 사이트를 방문하면 갖가지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티베트 여행, 다이어트, 광주 민중항쟁 등 그 분야는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권위 있는 인증기관의 보증이 없더라도 그들이 전문가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쉽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정리한 노하우,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용적 전문가란 어떤 모습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둘째, SNS 스타일의 의사소통 방식에 정통해야 한다. ‘교장선생님은 트위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농담이 있다. 140자 이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해야 하는 트위터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하면…’을 연발하는 교장선생님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글은 짧고 선명하게 적어야 하고, 문자보다는 영상 위주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재능과 노하우를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온라인 매체라는 도구가 주어져도 이를 활용할 수 없다.

주의할 것은 SNS 스타일의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는 것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컴퓨터로 편집하는 수준의 테크닉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 위주로 의사소통하는 마음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다.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일에 익숙한 CEO나 학생들에게 강의노트를 읽어주듯 강의하는 교수는 SNS 시대에 뒤처지게 마련이다. 듣는 사람 위주로 말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전문지식을 꾸준히 공유해야 한다. 혹자는 온라인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도 말한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OO남, OO녀’가 되는 것도 온라인 스타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전문가로서 온라인 스타가 되려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꾸준하게 공부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계속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위나 자격증으로 실력을 검증할 수 없는 온라인세계에서는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검증도구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누군가의 활동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래서 수년간 꾸준하게 지식을 공유하는 전문가는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그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앞서 말한 세 가지를 갖추면 누구든 ‘전문가’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 온라인 세상에서 평판은 학위나 자격증을 앞서간다. 이 진리는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지만, 학연이나 지연 같은 후광효과가 사라지고 온전히 내공만으로 진검 승부를 해야 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더욱 절실한 진리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반드시 판매자의 평판을 확인한다. 판매자가 몇 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받은 평가는 별 몇 개인지 확인하고 나면 우리는 안심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온라인 시대에서 전문가로 산다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야구 선수는 자신의 타율, 타점, 방어율 등이 공개되는 무대 위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일상의 성과가 공개되는 것이 싫은 사람에게 프로야구 선수는 괴로운 직업이다. 하지만 그 업(業)을 선택한 선수들에게 평판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이며, 명예이기도 하다.

전문가가 된다는 일은 고단한 노력과 끈질긴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것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온라인 스타들이 뜨고 지는 요즘에도 통하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려면 1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시대가 바뀌어도 유효한 진리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