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이름, 대출 기한 등을 조작한 건수가 9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과 금융감독원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 기재한 서류 건수와 이에 대한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회사원 5명이 국민은행 일부 직원의 중도금 집단대출 서류조작으로 피해를 봤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낸 이후 지난달 10일까지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벌여왔다. 조사 대상은 국민은행이 신규 건축 혹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사업장을 통해 내준 중도금 집단대출 9만여건이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이 같은 중도금 집단대출 중 10%에 이르는 9000여건에서 고객 성명, 대출 기한 등을 오기한 것이 새로 적발됐다. 대출 서류를 잘못 작성한 것 가운데 대출 기한을 오기한 게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서류를 다시 작성하라고 고객에게 몇 번씩 전화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서류를 고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통상 입주 때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출 만기 전에만 입주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기가 됐는데도 입주하지 못하면 담보대출로 전환이 안돼 중도금을 상환해야 한다. 국민은행 측은 “이번에 적발된 오류에 해당하는 중도금 집단대출들은 대부분 만기 전에 입주를 시작한 경우여서 고객들이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출금액을 고치거나, 은행 직원이 대출서류에 고객 대신 서명한 사례 등도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류 오류 건수가 기존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소송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서류 조작이 드러난 곳 중 상당수는 아파트 계약자, 시공사, 은행 간에 이미 분쟁이 벌어진 곳이다. 또 일부 재건축, 재개발 단지에서는 집값이 떨어지자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며 은행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서류 조작이 확인되면 소송에 동참하지 않은 주민들까지 대거 소송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