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애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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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올여름 유난히 더웠다. 다른 나라들도 날씨 때문에 고생이 많은 모양이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적인 곡물 생산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어 밀,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밀, 옥수수, 콩의 자급률이 매우 낮은 데다 각종 가공식품과 가축 사료에 이 곡물들을 원료로 쓰고 있어 농산물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즉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도 우려된다.
재화나 서비스가 귀해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귀해진 원인이 사려는 쪽(수요)에 있는지, 팔려는 쪽(공급)에 있는지에 따라 거래량에 미치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른 경우라면 공급자가 이에 부응해 공급량을 늘릴 테니 전체 시장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곡물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올랐다면 수요자는 오른 가격 때문에 덜 사려 할 것이고 따라서 거래량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처럼 가뭄으로 곡물 공급이 감소한 때에는 가격은 오르겠지만 시장의 곡물 거래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곡물 가격이 오를 때 곡물의 수요자들이 수요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면 가격이 올라도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수요자들이 사려는 양을 확연히 줄이면 곡물의 귀한 정도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곡물은 생필품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쉽게 소비량을 줄일 수 없다. 이른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재화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곡물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크게 오른다.
거시경제학적으로는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곡물을 원료로 하는 각종 재화들의 생산비도 급등한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요구하는 등 생산비 인상이 가중된다.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 공급자들은 예전처럼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즉 ‘총공급’이 위축된다.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가 귀해지면서 실제로 물가가 오르고 나라의 생산수준은 줄어들게 된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stagnation과 inflation의 합성어)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였다. 오일쇼크는 당시 중동 국가들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해 발생했다. 오일쇼크 이전에는 경기가 좋으면서 물가가 오르거나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기도 나쁜 현상들의 반복이었다면, 오일쇼크는 이전에 보지 못한 조합 즉 물가도 오르고 경기도 나쁜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들이 최근의 곡물가격 급등을 걱정하는 것은 곡물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원유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고,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실제로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불안은 가중되고 총공급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재화나 서비스가 귀해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귀해진 원인이 사려는 쪽(수요)에 있는지, 팔려는 쪽(공급)에 있는지에 따라 거래량에 미치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곡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른 경우라면 공급자가 이에 부응해 공급량을 늘릴 테니 전체 시장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곡물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올랐다면 수요자는 오른 가격 때문에 덜 사려 할 것이고 따라서 거래량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처럼 가뭄으로 곡물 공급이 감소한 때에는 가격은 오르겠지만 시장의 곡물 거래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곡물 가격이 오를 때 곡물의 수요자들이 수요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면 가격이 올라도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수요자들이 사려는 양을 확연히 줄이면 곡물의 귀한 정도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곡물은 생필품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쉽게 소비량을 줄일 수 없다. 이른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재화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곡물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크게 오른다.
거시경제학적으로는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곡물을 원료로 하는 각종 재화들의 생산비도 급등한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요구하는 등 생산비 인상이 가중된다.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 공급자들은 예전처럼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즉 ‘총공급’이 위축된다.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가 귀해지면서 실제로 물가가 오르고 나라의 생산수준은 줄어들게 된다. 바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stagnation과 inflation의 합성어)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였다. 오일쇼크는 당시 중동 국가들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해 발생했다. 오일쇼크 이전에는 경기가 좋으면서 물가가 오르거나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기도 나쁜 현상들의 반복이었다면, 오일쇼크는 이전에 보지 못한 조합 즉 물가도 오르고 경기도 나쁜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들이 최근의 곡물가격 급등을 걱정하는 것은 곡물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원유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고,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실제로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불안은 가중되고 총공급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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