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2금융권 확대 '속도조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추진 강도가 완화됐다. 당초 추진했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안은 실천모임 내에서도 반대가 커 결국 접었다.

기존 안에 따르면 삼성그룹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 집단이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기존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간 지분 관계를 모두 끊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소유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이혜훈 최고위원(사진)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장 법안이 통과돼 실행에 옮겨도 충격이 없는 현실적인 안을 고민한 끝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안보다는 완화된 대안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완화된 안의 핵심은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해 출자한 지분을 모두 위험자본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 계열사는 위험자본만큼 추가로 건전자본을 더 쌓아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라는 게 실천모임의 구상이다.

이 위원은 “당초 금산 분리의 목적은 제조 계열사가 위험해질 경우 피해가 고객자산 위주인 금융 계열사로 미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며 “재벌의 금융·비금융 계열사 간 자본출자의 성격을 위험자본으로 간주할 경우 결과적으로 삼성생명 같은 금융 계열사는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안정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안 역시 금융계열사 입장에선 많게는 수조원의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 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삼성그룹엔 비상이 걸렸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재무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지분율이 7.21%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화재도 삼성전자의 지분 1.26%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전자 지분을 전량 위험자본으로 간주할 경우 삼성생명의 건전성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판단 지표로 작년부터 ‘위험기준 지급여력(RBC) 비율’(고객의 납입금 인출에 대비해 쌓아두어야 하는 자기자본 비율)을 쓰고 있는데, 삼성생명의 RBC 비율은 지난 3월 말 380%에서 산출방식에 따라 200~29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50% 이상으로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또 닥칠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형 보험사의 RBC 비율이 700~800%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인 삼성생명 비율이 200%대까지 낮아진다면 문제가 있다”며 “대외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조재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