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제적 불균형은 변동환율로 바로잡혀
유로화로 정치적 갈등 심화
프리드먼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통화주의 이론을 정립해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앞서 1997년 8월 ‘유로화; 정치 해체를 향한 통화 통합’이라는 저서를 냈다. 이 책은 “유로화 출범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다시 전쟁을 벌이지 못하도록 가깝게 묶으려는 정치적 요인이 경제적 요인보다 더 크게 작용했다”며 “그러나 그 결과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드먼은 “국가나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은 대개 변동환율제도로 바로잡히는데 단일통화는 변동환율제의 순기능을 없애버린다”고 문제의 핵심을 지적했다. 단일통화권 일부 지역 간 임금이나 물가 차이를 비롯해 자본 이동, 교역 관세, 제도 차이 등은 변동환율로 상쇄되는데 단일통화를 채택하면 그 차이를 없애거나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이런 현상은 유로존 내 경제 강국인 독일과, 독일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그리스에서 잘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스가 통화 통합 전의 자국 고유 통화인 드라크마에 비해 통화가치가 높아진 유로화를 독일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역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반면 독일은 그 반대 현상으로 마르크화를 사용하던 과거보다 수출 경쟁력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프리드먼은 저서에서 “유럽 각국은 역사와 언어, 문화, 제도에서 조금씩이라도 차이를 보이고 정치제도도 저마다 달라 단일통화는 물리적 통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짚어냈다. 더욱이 “유럽 국가 국민들은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체보다 자신의 국가에 더 큰 애착심을 보이고 있고, EU의 예산은 자국의 지방정부 예산보다 훨씬 적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프리드먼은 “변동환율제로 막을 수 있는 역내 정치적 갈등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치적 통합이 단일통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정치적 통합 없는) 단일통화는 오히려 정치적 통합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독일과 베네룩스 3국, 오스트리아 등 독일 인접국의 마르크화 통합은 실현 가능성이 높고 상호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프라하=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