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김순전 할머니 전 재산 100억 연세대 쾌척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모은 돈이라오. 연세대에서 돈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 주시오.”

지난달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총장실. 흰 모시 저고리를 차려입은 구순(90세)의 김순전 할머니가 정갑영 총장을 찾았다. 김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서울 중곡동 자택, 상가 등 부동산과 예금 등 시가 1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연세대에 쾌척했다. 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이었다.

김 할머니가 정 총장에게 요구한 조건은 단 하나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정 총장과 대화하는 내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종일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1950년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이불 한 채만 메고 서울로 피란왔다. 빈손으로 폐허가 된 서울로 넘어와 시장일부터 시작해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안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버스비를 아끼려고 서울 후암동에서 동대문까지 버스로 4~5정거장 되는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직접 김 할머니가 생활하는 곳을 찾아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3일 발표했다. 정 총장은 “얼마나 크고 소중한 돈인지 알고 있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어르신의 뜻대로 잘 쓰겠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할머니는 “우리 식구들은 먹고살 걱정은 없다”며 “저는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어려운 아이들을 뽑아 장학금 줘서,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 주길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연세대는 지난달 말 할머니를 세브란스병원으로 초청,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보청기를 새로 마련해 선물했다. 또 김 할머니의 뜻에 따라 그의 사후 장례를 주관하고,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