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1년여간 어렵게 쌓아온 긍정적인 금융회사의 이미지가 최근 금리 산정 시 학력차별 논란으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탓이다.

한 회장은 작년 9월 ‘따뜻한 금융’을 선포했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보니 얻게 된 ‘깍쟁이’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와 함께 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당시 “기존 사회공헌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융회사 본연의 업에서 고객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유망 중소기업에 상환을 유예하는 기업성공프로그램 등 33가지 세부실천 과제도 제시했다. ‘따뜻한 동행(同幸)’을 주제로 박칼린 등 유명인을 영입해 광고도 적지 않게 내보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감사원이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사례 등을 금융감독 소홀 사례로 지적하면서 신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전화, 이메일로 항의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점을 방문해서 ‘내가 고졸자인데 나를 차별하는 은행과 거래할 수 없다’며 돈을 빼서 다른 은행으로 가 버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따뜻한 금융 기조에 따라 지난 1년간 가계·기업대출 이자를 깎아주거나, 만기를 연장한 금액은 거의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백억원 규모의 순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했는데 이런 노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한 회장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한 회장의 이런 마음은 3일 오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창립 11주년 기념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얼마 전 고객 신뢰에 부응하지 못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그간 규정상 문제가 없었던 일이나 관행상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일에 대해서도 고객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따뜻한 금융 기조를 더 굳건히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새희망드림대출 등 서민금융 지원책을 직접 챙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