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낡은 빌딩 보유한 李씨…1층 리모델링후 보증금·월세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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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역 인근 4층짜리 낡은 빌딩
15~20년 이상 된 노후건물
용도변경·신축 통해
자산가치 끌어올려야
15~20년 이상 된 노후건물
용도변경·신축 통해
자산가치 끌어올려야
서울 논현동 이면도로에 지하 1층~지상 6층짜리 건물을 보유한 김정환 씨(가명)는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8년 59억원을 주고 산 이 건물은 부지 498㎡에 연면적 1820㎡ 규모로 1997년에 지어졌다. 그는 올초까지만 해도 보증금 5억원, 월 임대료(관리비 포함) 3000만~3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금은 1층과 4, 5층 등 3개층이 6개월 가까이 비어 있다. 건물이 낡은 데다 주변에 새 건물이 하나둘 들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빌딩을 가진 자산가들에겐 투자수익률 하락이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주변 상권과 자신의 여건에 맞게 리모델링, 임차인 교체, 갈아타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임차인 안 들면 ‘내 건물’ 돌아봐야
국토해양부와 한국감정원이 매분기 발표하는 오피스·상업용 빌딩의 투자수익률(소득수익률+자본수익률)을 살펴보면 건물주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분기(3~6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6개 광역시 등에 있는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은 1.73%(연간 수익률 6.59%), 상업용 빌딩은 1.59%(연간 6.17%)로 떨어졌다. 전 분기보다 각각 0.05%포인트와 0.0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공실은 오피스·상업용 빌딩 모두 8~9%대로 높아져 1년 반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이 잘 들어오지 않으면 보유 건물의 상태를 재진단하라고 조언한다. 입지여건이나 주변 상권 및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건물의 내외관이 너무 노후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지은 지 15~20년 이상 된 건물들은 리모델링(대수선 및 보수)이나 용도변경, 신축을 통해 건물의 자산가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중소빌딩 매매·컨설팅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의 권광연 이사는 “요즘 같은 세입자 우세 시장에선 건물주가 원하는 한의원이나 카페 같은 근린생활시설을 들이려면 너무 낡은 오피스 공간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대로변에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낡은 건물(대지 440㎡, 연면적 1210㎡)을 50억원에 산 이숙희 씨(가명)는 증축 리모델링으로 위기를 돌파한 사례다. 3개월 공사로 1개층을 증축하는 데 6억원이 들었다. 그러자 창고형 가게로 쓰이던 1~2층에는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왔다. 보증금도 늘었지만 2000만원이던 월세도 100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송석준 씨(가명)가 구입한 을지로 S빌딩도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공간을 재정비한 경우다. 무려 27명에 달하던 임차인 수를 6명으로 줄였지만 오히려 임대보증금은 1억원, 월세는 900만원 증가했다.
최근에는 아예 건물을 용도변경한 후 임대가능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택용 건물을 오피스나 근린생활시설로, 혹은 사무실 공간을 고시원이나 숙박시설로 바꾸는 식이다. 주택을 오피스로 바꾸는 경우에는 동일한 ‘주거·업무시설군’ 내의 용도변경이기 때문에 건축물대장 기재만 변경하면 된다. 반면 사무실을 고시원이나 숙박·상업시설(영업시설군)로 바꾸려면 상위군으로 이동하는 것이어서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권 이사는 “수천만~1억원가량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을 하면 불경기라도 임대수익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차인·건물 교체할까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세입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라면 건물주는 임차인을 바꾸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러나 미리 협의가 됐거나 보다 나은 업종을 들일 자신이 없다면 몇 개월 공실이 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산관리전문업체인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임차 수요도 줄어 임차인 교체에 신중해야 한다”며 “임대료가 밀리거나 1층이 너무 장사가 안되는 경우에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건물 전체를 위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임차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연체는 건물주에겐 골칫거리다. 강남구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있는 10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김필녀 씨(가명)는 임대료가 3개월째 밀리자 세입자에게 내용증명도 보내고 명도 소송을 접수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소장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 명도 소송은 보통 1심에서만 6개월이 걸린다.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고 세입자가 주인에게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제소전 화해(提訴前 和解)’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월세가 연체되는 등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명도해주기로 미리 판사 앞에서 약속(화해)을 하는 것이다.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송 없이도 2~3개월 만에 임대공간을 비우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시 제소전 화해를 요구하면 이를 꺼리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은 게 문제다. 김 대표는 “원래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3년 혹은 5년으로 보장해주는 식으로 건물주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옮겨타기를 할 경우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 삼성동에서 54억원짜리 신축 건물을 보유했던 한 건물주는 최근 건물을 팔고 후회했다. 15억원의 은행 대출을 갚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10억원 이상을 납부하자 손에 쥔 돈이 25억원에 그친 탓이다. 그 가격대에 나온 적당한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후 주거 수요가 두텁거나 유동인구가 많 은 역세권 내 건물로 옮겨타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지역적 특성이나 자금조달과 세금 문제를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최근 들어 빌딩을 가진 자산가들에겐 투자수익률 하락이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주변 상권과 자신의 여건에 맞게 리모델링, 임차인 교체, 갈아타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임차인 안 들면 ‘내 건물’ 돌아봐야
국토해양부와 한국감정원이 매분기 발표하는 오피스·상업용 빌딩의 투자수익률(소득수익률+자본수익률)을 살펴보면 건물주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분기(3~6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6개 광역시 등에 있는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은 1.73%(연간 수익률 6.59%), 상업용 빌딩은 1.59%(연간 6.17%)로 떨어졌다. 전 분기보다 각각 0.05%포인트와 0.0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공실은 오피스·상업용 빌딩 모두 8~9%대로 높아져 1년 반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이 잘 들어오지 않으면 보유 건물의 상태를 재진단하라고 조언한다. 입지여건이나 주변 상권 및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건물의 내외관이 너무 노후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지은 지 15~20년 이상 된 건물들은 리모델링(대수선 및 보수)이나 용도변경, 신축을 통해 건물의 자산가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중소빌딩 매매·컨설팅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의 권광연 이사는 “요즘 같은 세입자 우세 시장에선 건물주가 원하는 한의원이나 카페 같은 근린생활시설을 들이려면 너무 낡은 오피스 공간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대로변에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낡은 건물(대지 440㎡, 연면적 1210㎡)을 50억원에 산 이숙희 씨(가명)는 증축 리모델링으로 위기를 돌파한 사례다. 3개월 공사로 1개층을 증축하는 데 6억원이 들었다. 그러자 창고형 가게로 쓰이던 1~2층에는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왔다. 보증금도 늘었지만 2000만원이던 월세도 100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송석준 씨(가명)가 구입한 을지로 S빌딩도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공간을 재정비한 경우다. 무려 27명에 달하던 임차인 수를 6명으로 줄였지만 오히려 임대보증금은 1억원, 월세는 900만원 증가했다.
최근에는 아예 건물을 용도변경한 후 임대가능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택용 건물을 오피스나 근린생활시설로, 혹은 사무실 공간을 고시원이나 숙박시설로 바꾸는 식이다. 주택을 오피스로 바꾸는 경우에는 동일한 ‘주거·업무시설군’ 내의 용도변경이기 때문에 건축물대장 기재만 변경하면 된다. 반면 사무실을 고시원이나 숙박·상업시설(영업시설군)로 바꾸려면 상위군으로 이동하는 것이어서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권 이사는 “수천만~1억원가량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을 하면 불경기라도 임대수익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차인·건물 교체할까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 세입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라면 건물주는 임차인을 바꾸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러나 미리 협의가 됐거나 보다 나은 업종을 들일 자신이 없다면 몇 개월 공실이 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산관리전문업체인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임차 수요도 줄어 임차인 교체에 신중해야 한다”며 “임대료가 밀리거나 1층이 너무 장사가 안되는 경우에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건물 전체를 위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임차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연체는 건물주에겐 골칫거리다. 강남구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있는 10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김필녀 씨(가명)는 임대료가 3개월째 밀리자 세입자에게 내용증명도 보내고 명도 소송을 접수했다. 그러나 세입자가 소장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 명도 소송은 보통 1심에서만 6개월이 걸린다.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고 세입자가 주인에게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제소전 화해(提訴前 和解)’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월세가 연체되는 등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명도해주기로 미리 판사 앞에서 약속(화해)을 하는 것이다.
제소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송 없이도 2~3개월 만에 임대공간을 비우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시 제소전 화해를 요구하면 이를 꺼리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은 게 문제다. 김 대표는 “원래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3년 혹은 5년으로 보장해주는 식으로 건물주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옮겨타기를 할 경우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 삼성동에서 54억원짜리 신축 건물을 보유했던 한 건물주는 최근 건물을 팔고 후회했다. 15억원의 은행 대출을 갚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10억원 이상을 납부하자 손에 쥔 돈이 25억원에 그친 탓이다. 그 가격대에 나온 적당한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신영에셋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후 주거 수요가 두텁거나 유동인구가 많 은 역세권 내 건물로 옮겨타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지역적 특성이나 자금조달과 세금 문제를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